배우 겸 감독 정우성 “연출자로서 나만의 언어를 넣고자 했다”

임세정 2023. 8. 2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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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여자친구를 찾아갔다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준 역의 김준한에 대해 정우성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같이 하고 나서 연락처를 받았다"며 "처음 봤을 때 자기만의 색깔을 낸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형성에 갇히는 경우가 있는데 김준한에게서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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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영화 ‘보호자’ 선보여… “떨린다”
박성웅 김남길 김준한 박유나 등과 호흡
감독으로서 자신의 연기엔 “나쁘지 않다”
배우 겸 감독으로 영화 ‘보호자’를 만든 정우성. 그는 “많은 분들께 호감으로 작용할까, 산업에 긍정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여질까 궁금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여자친구를 찾아갔다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에게 평범한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수혁은 조직을 떠나려 하지만 조직은 그를 순순히 놔주지 않는다. 보스 응국(박성웅)은 자신의 오른팔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도록 하고, 수혁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성준은 우진(김남길)을 시켜 수혁을 제거하려 한다.

정우성이 만든 첫 장편 영화 ‘보호자’가 지난 15일 개봉했다.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린 인물들이 빚어내는 코미디와 액션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지난 10일 화상으로 만난 감독 정우성은 “연출자로서 나만의 언어를 넣고자 했다. 정우성스러운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내 선택에 확신이 있고 최선을 다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많은 분들께 호감으로 작용할까, 산업에 긍정적인 시선으로 받아들여질까 궁금하고 떨린다”고 새 영화를 내놓은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관객들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응국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성준의 독단적인 행동은 예기치 않은 폭력으로 이어지고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들이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액션 느와르를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갔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정우성은 “한국 영화들이 ‘상업적’이라는 수식어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상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아끼고 영화를 오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도전이 있을 때 발전이 있고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으로서 스태프들에게 한 첫 지시는 회의할 때 레퍼런스를 가져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 시나리오에 필요한 영상과 이미지는 대본 안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이라는 소재에 대한 고민이 영화에는 담겨있다. 그는 “보통 사랑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목적 하에서는 영화에서 폭력의 질주에 대한 정당성이 주어지는 것 같았다”며 “수혁의 인간적 고뇌에 집중하다보니 아이를 구한다는 이유로 그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나 싶었다. ‘보호자’에선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폭력이 발생하는데, 우리가 하는 의도치 않은 행위들의 파장이나 딜레마, 아이러니를 담고 싶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에는 배우 박성웅, 김남길, 김준한, 박유나 등이 출연했다. 성준 역의 김준한에 대해 정우성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같이 하고 나서 연락처를 받았다”며 “처음 봤을 때 자기만의 색깔을 낸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형성에 갇히는 경우가 있는데 김준한에게서 그런 걸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극찬했다.

‘배우 겸 감독’이 주는 장점도 분명 있다. 그는 “감독과의 소통에 대해 배우들이 많이 이야기한다. ‘디렉션을 명확하게 줘야지’라고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지만 배우이다보니 감독 입장에서 소통할 때도 자연스러운 원활함이 생긴다”며 “‘저 사람에게 내가 던지는 단어의 의미가 내가 생각한 것과 같나’ 그런 점들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배우 정우성의 연기에 대한 그의 평가를 물었다. 그는 “입이 다물어진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며 웃은 뒤 “수혁은 대사도 별로 없고 제약이 많았다. 그래도 나쁘지 않게 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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