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깃발 올린 전경련… 새 선장 류진 “신뢰 회복 최우선”

양민철,김혜원 2023. 8. 2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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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막을 확실한 장치 만들 것”
‘외부 압력 배격’ 새 윤리헌장 공개
4대 그룹 실질적 복귀 이끌지 주목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왼쪽)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류 회장은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했다. 새 선장에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앉았다. 류 신임 회장은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손꼽히는 ‘미국통(通)’이다. 류 회장은 취임사에서 “최우선 과제는 초심을 회복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어두운 과거는 청산하고 그간의 잘못된 꼬리는 끊겠다”고 역설했다.

전경련은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류 회장 추대와 함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해 한경협으로 새 출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의결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4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LG그룹)의 15개 계열사는 한경협에 합류하는 형태로 재가입했다. 이번 정관 개정안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승인하는 시점부터 공식화한다. 승인은 이르면 다음 달에 이뤄질 전망이다.

류 회장은 4대 그룹의 재가입과 ‘정경유착 재발’ 우려에 대해 “과거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경련 부회장을 20년간 맡으며 그런 사태가 터졌다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과오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경련은 이날 임시총회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배격한다’는 취지의 윤리헌장을 제정해 공개했다. 외부 인사로 구성한 윤리위원회를 신설해 중요 의사결정 사안의 경우 사전 심의를 받는다는 방침도 밝혔다. 류 회장은 “윤리위원장 등 위원 5명의 인선을 지켜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은 내년 2월에 있을 정기총회까지 완전히 다른 조직으로 바꾸는 과제를 안았다. 류 회장을 지켜본 재계 원로들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결코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고 평가한다. 풍산이라는 방산업체 특성상 경영 전면에 나서는 행보를 자제했으나, 리더십과 강단이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싱크탱크’로의 전환도 류 회장 역할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 회장은 선친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고른 인맥을 쌓아 민간 외교 기대감도 높다. 학창시절을 일본에서 보내 일본어에도 능통하다.

재계 안팎에선 쇄신·혁신이 ‘합격점’을 받아야 4대 그룹의 실질적 복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4대 그룹은 혁신안을 제대로 실행할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정식 회비를 내고 활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 재가입 조건으로 권고한 3가지 항목을 공개하며 “정경유착·회비 부정사용 시 탈퇴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준감위 권고안에는 삼성전자 등 4개 협약사에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정경유착 행위’ ‘회비·기부금 등의 목적 외 부정한 사용’ ‘법령·정관을 위반하는 불법행위’ 등이 벌어질 경우 즉시 한경협을 탈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통상적인 회비 외에 금원을 한경협에 제공할 경우엔 준감위 사전 승인을 얻도록 했다. 기존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였지만 준감위 협약사가 아닌 삼성증권은 ‘한경협에 통합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준감위 의견에 따라 합류하지 않았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경협이 과거 폐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삼성을 통해 철저한 준법 감시를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준감위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LG그룹도 지난 21일 열린 ESG위원회에서 “혁신안을 제대로 실행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현대차·SK그룹도 회비 납부 등의 본격 활동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민철 김혜원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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