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지명, 사법부 신뢰 회복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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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장기미제 판결’ 민사 3배, 형사 2배로 증가
국민은 재판지연 고통, 정치편향 판사는 요직 진출
어제 이균용(61)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다음 달 22일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법부 정상화’ 실천 의지와 그 능력을 기준으로 후보를 인선했다고 한다. ‘법원의 정치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뜻이다.
지난 6년간 김 대법원장의 정치편향은 사법부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자신이 회장을 지낸 모임의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대법관의 절반(7명)을 우리법·인권법연구회, 민변 출신으로 채웠다. 반대로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이익에 배치되거나 다른 성향을 지닌 판사들은 한직으로 보냄으로써 인사의 편파성 시비를 자초했다.
특히 코드인사 과정에서 빚어진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은 사법부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켰다. 2020년 5월 국회 탄핵이 거론되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고 거짓 해명을 했다. 본인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고 나서야 마지못해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 사건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지난 정권 실세들의 재판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 선거 당시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은 3년7개월이 지났지만 1심 판결조차 안 났다. 이 사건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15개월간 본안 심리를 하지 않아 의도적 재판지연 의혹을 받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1심 판결은 3년2개월이 걸렸다. 2심이 빨리 끝나고 대법원으로 가도 내년 4월 총선 이전 선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늑장 재판이 그의 출마 가능성마저 키우고 있다. 2년5개월 만에 1심 선고를 받은 윤미향 의원도 임기가 끝나기 전에 확정판결이 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지연은 생업이 달린 국민에겐 큰 문제다. 최근 5년간 2년 내 1심 판결이 나지 않은 장기미제 사건이 민사는 3배로, 형사는 2배로 늘었다. 재판 장기화로 법원마다 기막힌 사연이 넘친다. 뒤늦게 승소했지만 이미 회사가 문 닫은 기업인, 배상금을 기다리다 판결 전 작고한 고령의 원고 등이 비일비재하다.
헌법(27조 3항)이 규정한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가 무시되는 이유는 김 대법원장의 무리한 법원행정 개편 탓이 크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없애고, 판사들이 법원장을 투표로 뽑도록 하면서 법관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가 줄었다. 고임 판사들의 ‘워라밸’이 향상된 사이 재판지연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늘었다.
차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법원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공정한 사법부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또 다른 정치편향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야당도 후보의 자격을 꼼꼼히 검증하되 무조건 정쟁으로 몰고 가는 일은 삼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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