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에이스 세대교체 시기 다가온다…양·김 후계자는?
양현종(35)은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간판스타다. 2009년부터 붙박이 선발을 맡은 뒤 국가대표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했다. KBO리그 통산 164승을 올려 역대 타이거즈(전신 해태 포함) 투수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런 그가 지금 퓨처스(2군)리그에 머물고 있다. 올 시즌 19경기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39로 기대를 밑돈 탓이다.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는 등판 경기 수의 절반도 안 되는 6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후반기 3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71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5강 싸움 중인 KIA는 양현종이 지난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7점(5와 3분의 2이닝)을 내주자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에이스의 갑작스러운 부진에 고민하던 김종국 KIA 감독은 “양현종이 하루빨리 부활해 다시 마운드의 버팀목이 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오는 26일 다시 1군에 돌아와 명예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그 사이 KIA의 3년 차 투수 이의리(21)가 왼손 에이스 자리를 물려받을 1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이의리는 2021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뒤 신인왕까지 차지한 국가대표 투수다. 지난 16일 키움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해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올 시즌 팀 내 최다승이기도 하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그는 6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6.46으로 흔들렸지만, 7월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면서 위력을 되찾았다. 8월에도 흔들린 양현종을 대신해 5강 싸움에 한창인 KIA의 선발 마운드를 지탱했다. 다만 2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4회까지 공 76개를 던진 뒤 어깨에 불편함을 호소해 일찍 마운드를 내려갔다. 검진 결과가 KIA와 대표팀 모두에게 중요해졌다.
KBO리그 오른손 최다승(161승) 투수 출신인 정민철 해설위원은 “선발 투수에게 ‘10승’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의리는 전반기에 볼넷이 많고 종종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에 스스로 그 위기를 잘 극복한 것 같다”고 높이 샀다. 정 위원은 또 “이제 이의리는 선발 투수로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며 “양현종의 존재감과 노련미를 따라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그의 후계자로 불릴 수 있을 만한 투수”라고 평가했다.
SSG 랜더스도 KIA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양현종과 함께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맡아온 왼손 에이스 김광현(35)의 후계자를 찾아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김광현은 올 시즌 20경기에서 7승 5패 평균자책점 3.59로 활약하고 있지만, 예년보다 투구 기복이 심해졌다. 지난해 김광현의 첫 20경기 평균자책점은 1.93이었는데, 올해는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퀄리티 스타트도 15회에서 10회로 줄었다. 이달 첫 3경기를 연속 1실점 이하로 막아내며 안정감을 되찾는 듯했는데,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19일 LG 트윈스전에서 다시 5실점(6과 3분의 2이닝)으로 흔들렸다.
설상가상으로 SSG는 선발진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하다. 베테랑 잠수함 투수 박종훈마저 부진 끝에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 불펜으로 전환했던 문승원이 부랴부랴 다시 선발진에 합류해 빈자리를 메워야 할 정도다. 외국인 투수들의 위력도 지난해보다 떨어진 상황이다. 김광현의 어깨에 놓인 짐이 너무 무겁다.
차기 왼손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오원석도 성장이 더디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원석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선발투수로 경험을 쌓았다. 2021년 33경기 중 21경기, 지난해 31경기 중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5선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러나 올 시즌엔 6승 8패, 평균자책점 5.26으로 주춤했다. 특히 7월 이후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하다. 힘겨운 2위 싸움을 하는 SSG 입장에선 오원석의 분발이 절실하다.
정민철 위원은 “지난 시즌 오원석의 장점은 ‘터프함’이었다. 젊은 투수다운 당돌함과 저돌적인 투구가 빛났다”며 “올해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마운드에서 생각이 너무 많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이어 “오원석은 아직 더 단순하게 승부해도 되는 나이이고, (그렇게 해도)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갖고 있다”며 “이 시기를 잘 이겨내고 한 단계 더 도약하면, 앞으로 SSG와 한국 야구의 중심이 될 만한 투수”라고 덧붙였다.
■ 이의리는 …
「 ◦ 생년월일=2002년 6월 16일
◦ 키·체중=1m85㎝·90㎏
◦ 출신교=광주수창초-충장중-광주제일고
◦ 프로 입단=2021년 KIA 1차지명
◦ 입단 계약금=3억원
◦ 2023년 연봉=1억5000만원
」
■ 오원석은 …
「 ◦ 생년월일=2001년 4월 23일
◦ 키·체중=1m82㎝·80㎏
◦ 출신교=수진초-매송중-야탑고
◦ 프로 입단=2020년 SK 1차지명
◦ 입단 계약금=2억원
◦ 2023년 연봉=1억4000만원
」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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