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뗑킴’도 중고로 산다…‘패션 리커머스’ 홀릭 [카드뉴스]
‘남이 쓰던’ ‘낡은’ ‘저렴한’.
흔히 ‘중고’라는 단어 하면 떠오르는 표현이다. ‘품질은 별로지만 싼 맛에 사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불경기에 수혜를 입는 ‘불황형 산업’으로 묶이는 이유다.
하지만 의류·잡화를 중고 거래하는 ‘중고 패션’ 쪽에서는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2020년대 들어 중고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의류 소비 시장에서 ‘주요 채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 규모가 30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사이즈가 커지면서, 패션 시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가 됐다.
중고 패션 활성화로 패션 시장 전체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중이다. 기존 명품 브랜드가 자체 중고 거래 플랫폼을 잇따라 선보이는가 하면, 중고 패션에 특화된 앱과 서비스가 쏟아진다. 마뗑킴이나 미스치프 같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도 중고 거래로 구입하는 새로운 소비 양상도 포착된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중고 패션 대신 ‘N차 신상’ ‘패션 리커머스’ 같은 신조어가 널리 쓰일 정도다.
어느덧 300조, 커지는 중고 패션
패션 산업 부진 속 30%대 성장
중고 패션이 대세가 됐다는 점은 데이터가 입증한다. 데이터분석기관 글로벌데이터와 북미 최대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스레드업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중고 패션 시장은 1770억달러(약 232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1380억달러(약 185조원) 대비 28% 늘어난 액수다. 같은 기간 200억달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반 패션 시장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2021년 발생한 중고 의류 구매는 10억달러(약 1조2780억원)어치로 신규 구매를 대체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존 패션 시장을 중고 패션이 잡아먹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애초에 전체 중고 거래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워낙 크다. 중고 거래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중고 패션 덩치도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글로벌 최대 중고 거래 시장인 미국 시장 카테고리별 거래액 중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절반 가까이 된다. 책(14%), 콘텐츠(11%), 전자제품(10%) 등이 패션 뒤를 이었다.
국내 중고 패션 성장세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1월 국내 중고 거래 앱 번개장터는 ‘패션’ 카테고리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패션 카테고리는 번개장터 전체 중고 거래량의 44%, 거래액의 38%를 차지했다. 거래액은 2019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2019년 대비 지난해 거래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 측면에서 매우 적합한 제품 카테고리가 의류·잡화다. 부피가 작고 가벼운 데다 트렌드에 따른 구매 주기가 짧아 앞으로 더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는 “현 소비 세대는 중고를 절약이나 가성비 소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나의 주도적 선택, 가심비 소비로 생각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중고 패션 특화 서비스 ‘속속’
기존 패션은 자체 중고 플랫폼 마련
중고 패션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아예 중고 패션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마인이스가 운영하는 패션 커머스 앱 ‘차란’이 대표적이다. 차란은 사용자 중고 의류 거래를 ‘원스톱 서비스’로 도와주는 앱이다. 먼저 사용자에게 위탁받은 중고 의류를 자체 수거해 살균·세탁한다. 이후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품을 촬영해 되파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검수 시스템을 통해 중고 의류의 정품 여부와 상품 등급, 실측 사이즈 등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도 제공한다. SPA(제조·유통 일체화)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폭넓게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미처 판매되지 못한 상품은 요청에 따라 기부까지 연결해주기도 한다.
차란은 최근 시드 투자를 총 53억6000만원으로 최종 마무리하며 투자업계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보통 시드 투자는 스타트업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직 시장에서 검증받지 못한 단계에서 이뤄진다. 최근 얼어붙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50억원이 넘는 시드 투자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모바일 의류 수거 서비스 ‘리클’도 중고 패션 시대에서 각광받는 신규 앱이다. 모바일 앱으로 헌 옷 수거를 신청한 후 옷을 모아 문 앞에 놔두면, 리클이 비대면 수거한 뒤 현금 리워드를 지급한다. 단순히 옷 무게에 따라 ㎏당 보상하는 기존 헌 옷 수거와는 다르다. 리클에서 일일이 옷 상태를 살펴보고 선별한 후 한 벌당 별도 금액을 산정한다. 수거한 옷 중 재판매 가능 의류로 분류될 경우 플러스 매입을 통해 보다 높은 가격으로 정산하는 식이다.
크레이빙콜렉터가 운영하는 ‘콜렉티브’ 역시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 앱을 자처한다. 스노우 자회사 ‘크림’에서 55억원 규모 프리A 투자를 유치하며 널리 알려졌다. 국내외 다양한 프리미엄·디자이너 중고 패션 아이템을 개인 간 거래하는 데 특화됐다.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특정 판매자를 팔로우하고 올린 제품을 모아 볼 수 있다. 메시지 기능으로 판매자와 직접 대화도 가능하다.
기존 커머스 앱도 중고 패션 앱으로 변신을 꾀하는 중이다.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는 중고 사업 비중을 늘려가는 모습이 포착된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올해 초부터 중고 명품 관련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던 명품을 원하는 다른 명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셔플’ 서비스를 내놨고 이어 5월에는 명품을 렌털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바이백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기존 중고 명품 플랫폼 성장도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구구스’의 올해 2분기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 성장한 557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1097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기존 중고 거래 앱도 ‘중고 패션’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와 함께 ‘중고 거래 플랫폼 빅4’로 분류되던 ‘헬로마켓’은 아예 사업 방향을 중고 패션으로 틀었다. 올해 2월 서비스명을 ‘세컨웨어’로 변경, 기존 중고 거래 사업을 접고 중고 패션 전문 거래 플랫폼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사용자 사이즈에 맞는 패션 상품만 추천해주는 ‘체형 기반 맞춤 상품 추천 기능’, 판매자가 올린 상품 배경 이미지를 깔끔하게 편집해주는 ‘AI 기반 상품 이미지 편집 기능’ 등 중고 패션 거래에 특화된 기능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번개장터 역시 최근 언론을 대상으로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자사 소개 문구를 바꿨다. 지난해까진 ‘취향 중고 거래 앱’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올해 들어선 ‘패션 중고 거래 앱’으로 변화를 줬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패션 브랜드도 자체 중고 플랫폼 마련에 나설 정도로, 업계 전반에서 중고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발렌시아가는 최근 자체 홈페이지에 자사 중고 제품을 되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리세일 서비스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 ‘리플런트’와 손잡고 재판매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 발렌시아가 고객은 철 지난 발렌시아가 제품을 매장에 전달하고 포인트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받는다. 해당 중고 제품들은 리플런트에서 인증과 사진 촬영, 가격 책정 등 과정을 거친 뒤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나 레벨르 같은 플랫폼을 통해 업로드된다.
발렌시아가뿐 아니다. 구찌·발렌티노·휴고 보스·장 폴 고티에 등 여러 명품 브랜드에서 이미 지난해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을 재판매하거나 렌털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레드업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북미에서만 88개 패션 브랜드가 자체 리세일 프로그램을 새롭게 출범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집에서 잠자고 있던 명품 재판매와 크레디트 지급을 통해, 최근 성장이 둔화된 브랜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기업도 자체 중고 플랫폼 마련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지난해 자사몰 ‘코오롱몰’의 중고 거래 서비스 ‘오엘오 릴레이 마켓’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코오롱스포츠, 럭키슈에뜨 등 자사 보유 브랜드 중고 의류를 판매하거나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사용 주기가 특히 짧은 유아동복 기업도 중고 거래 플랫폼 구축에 적극적이다. 아동복 편집숍 포레포레는 B2B 대상으로 중고 마켓 솔루션을 제공하는 ‘마들렌메모리’와 손잡고 지난해 중고 거래 서비스 ‘그린포레’를 선보였다. LF 비상장 계열사 파스텔세상 역시 구제 아동복을 거래하는 자사몰 중고 거래 서비스 ‘파스텔그린’을 시작한 바 있다.
돈도 아끼고 다양한 상품 소비
최근 중고 패션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여럿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다. 다만 예전과는 결이 다르다. 저렴한 가격대를 바라보는 인식과 구매 목적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중고 패션이 ‘돈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입는 옷’이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상품을 입어보기 위한 수단’이 됐다.
예를 들어 중고 의류를 구매하면, 당연히 신상 구매보다 돈을 아낄 수 있다. 일정 기간 옷을 입고 난 후 재판매로 또 한 번 돈을 아낀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또 다른 다양한 중고 의류를 구매하는 식이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트렌드인 ‘스트리밍 라이프’에 딱 맞는 소비 형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일수록 경험을 위한 합리적 소비 관점으로 중고 패션을 애용한다”며 “이들은 100만원에 구매한 중고 의류를 1년 뒤 70만원에 재판매한다. 사실상 큰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아이템을 경험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중고 패션 상위 거래 아이템에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포진했다. 단순히 오래된 옷을 싸게 입겠다는 것이 아닌, 새로운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해보겠다는 수요가 데이터에도 나타난 셈이다. 중고 패션 거래 앱 번개장터에 따르면 여성 브랜드 마뗑킴(8억5000만원)·미스치프(9억2000만원)·보헤미안서울(5억7000만원)의 올해 상반기 번개장터 거래액은 총 23억원에 달한다. 남성 스트리트 도메스틱 브랜드 블라인드파일즈(12억3000만원)·폴리테루(15억8000만원)·언더마이카(8억7000만원)도 같은 기간 총 36억원 이상 거래됐다.
[변화 요인 2] 올드 패션의 부활
Y2K·올드 머니 찾아 중고 기웃
또 다른 중고 패션 인식 변화 요인은 ‘트렌드’다. 여느 때보다 과거 패션 아이템 선호도가 높아진 상태다. 대표 사례가 Y2K 패션이다. Y2K 패션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패션이다.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게 특징이다. Y2K 패션 아이템을 찾는 이들은 많지만, 구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브랜드들이 트렌드를 읽고 신상 Y2K 아이템을 내놓지만 ‘과거 감성이 없다’는 게 소비자 반응. 이들은 진짜 Y2K 패션 아이템을 찾아 중고 패션 시장을 찾고 있다.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중고 패션 플랫폼 ‘콜렉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된 브랜드는 Y2K 대표 주자 ‘디젤’이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자료도 이와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레트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고, Y2K 검색량은 487% 증가했다.
최근 부상한 ‘올드 머니’ 트렌드도 중고 패션과 관련 있다. 올드 머니의 사전적 의미는 ‘상속받은 유산’이다. 여기서 파생된 올드 머니 패션은 과거 유럽 상류층이 입었던 패션을 바탕으로 한다. 큼지막한 로고 대신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고급스러움이 올드 머니 패션의 특징이다. 이들은 고가의 명품보다 클래식 브랜드의 클래식 상품·제품을 좇는다. 패션업계 종사자 A씨는 “최근 일부 브랜드들이 트위드 제품 등 올드 머니룩을 내놓지만 ‘클래식 특유의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며 “클래식 브랜드들의 중고 아이템을 찾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구호 아닌 행동…‘친환경’ 중시
패션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다(多)배출 업종이다. 환경평가수행기관 콴티스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 탄소 배출량은 2016년 32억9000만t에서 2030년 40억1000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해법이 필요한 상황. 브랜드들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옷 제작 등을 내세웠지만, 완벽한 해법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옷의 총량’을 늘리지 않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중고 패션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이미 생산된 의류, 잡화가 거래되는 만큼 ‘옷의 총량’을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중고 패션 플랫폼 ‘스레드업’이 발표한 ‘2023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신상 대신 중고 패션을 입을 경우 탄소 배출량이 평균 25% 감축된다. 중고 패션을 입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행동하는 신념’이 된 셈이다.
이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가치 소비와 맞아떨어진다. 스레드업에 따르면 Z세대의 58%가 ‘의류 등 패션 아이템 구매 전 기후변화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10대와 20대로, 새로운 소비문화를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H&M이나 자라 등으로 대표되는 SPA 브랜드 대신 ‘중고 패션’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같은 값이면 자원 선순환이 가능한 중고 제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커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중고 패션 향후 전망은
경기 회복 이후에도 성장 요소 多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과 함께 중고 패션 시장 인기도 사그라들 수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열풍이 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 시각은 다르다. 향후 경기와 별개로 패션 시장 전망을 낙관한다. 중고 패션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미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 주목한다. 이은희 교수는 “SNS를 이용하는 젊은 층은 본인 개성을 다양한 의류 등으로 드러낸다”며 “다만 40대, 50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데, 이를 중고 패션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의류가 소유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은 경험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향후 경기 회복기가 찾아오더라도 중고 패션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단순히 저렴해서 중고 패션 시장이 인기인 것은 아니다. 친환경 소비, 가치 소비 등의 측면이 강하다”라며 “특히 인터뷰를 하다 보면, 중고 패션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일종의 ‘보물찾기’ 심리가 있다. 중고 패션을 소비하면서 재미까지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도 중고 패션 시장 성장을 점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중고 패션 시장은 2021년 400억달러(약 52조원)에서 오는 2025년 770억달러(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전체 패션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고 패션 시장이 연평균 20~30%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티스타 역시 올해 대비 2027년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크로 악용 사례도…일종의 투자 방식
가장 큰 차이점은 ‘웃돈’이다. 리셀은 재테크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쓰던 물건을 저렴하게 사고파는 중고 거래와 달리, 리셀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신상 제품을 구입한 뒤 프리미엄(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형태다. 특히 ‘스니커즈’ 등 뚜렷한 마니아층이 있으면서도 대중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리셀이 활성화돼 있다.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리셀을 주업으로 하는 몇몇 판매자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소프트웨어)’을 활용해 재고를 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들은 정가 구매 기회를 잃게 된다. 리셀로 인해 시장 가격이 왜곡되는 현상도 발생한다. 이에 브랜드들은 앞다퉈 이용 약관에 ‘리셀 금지’ 조항을 넣고 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리셀 목적 구입 정황이 발견될 경우, 판매를 제한하거나 회원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뉴발란스도 올해 8월부터 리셀 금지를 이용 약관에 명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리셀 금지 조항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소비자에게 넘어간 소유물을 제한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제한 가능하다고 해도 개인 간 이뤄지는 실질 거래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명품 리셀 플랫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리셀 행위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집품 가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현상이고 결국 제품에 대한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후속 거래를 제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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