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1~3단지 종상향 갈등 해법에 ‘들썩’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서울목원초와 함께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목동한신청구 아파트다. 이 단지를 지나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꽤 넓은 아파트 단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여기서부터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가 시작된다. 1단지부터 2~3단지는 모두 신목동역부터 이어지는 목동중앙로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목동신시가지1~3단지는 다른 단지와 구별되는 부분이 있다. 용도지역상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주거지역 종세분화 당시 4~14단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 1~3단지는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됐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제2종일반주거지역과 비교해 용적률 등에서 혜택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1~3단지는 다른 단지와 비교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해당 단지 주민들은 꾸준히 종상향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2019년 용도지역 변경 심의를 통해 1~3단지 역시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다만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허용 용적률의 20% 이상을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조건 없는 종상향’을 추진했던 1~3단지 소유자들은 이 단서 때문에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최근 양천구청이 서울시와 목동1~3단지 사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임대주택 대신 공원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해 업계 관심을 모은다. 양천구는 지난 8월 7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목동1~3단지 종상향 조건으로 국회대로공원과 안양천을 연계한 ‘공공녹지’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주민 반발이 거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대신 녹지로 이뤄진 공공보행로를 조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 완공 예정인 국회대로 상부공원에서 목동서로변을 따라 목동열병합발전소와 안양천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자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천구와 큰 틀에서 사전 협의를 거친 방안”이라며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1~3단지 주민 역시 상당수가 양천구청 제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사업이 불투명했던 1~3단지 종상향 문제가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목동신시가지 모든 단지가 들썩인다. 14개 단지 모두 재건축 사업에 진척을 보이면서 잇따라 단지별 신고가를 경신하고 거래량 역시 폭증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거래가 진행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2020년 거래량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업 속도 가장 빠른 6단지
목동 재건축 표준안 윤곽 나와
1980년대 대규모 택지지구로 개발된 목동 일대에는 현재 약 2만6600가구가 거주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목동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하며 목동신시가지 일대를 지금보다 2배 많은 약 5만3000가구가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는 양천구는 물론 서울 서남부 정비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1985년 목동1단지를 시작으로 1988년(7·10·11·12·14단지)까지 해마다 사용승인이 이뤄져 재건축 연한(30년)이 모두 지났다. 단지 규모로 봐도 가장 작은 단지인 8단지가 1352가구다.
건폐율이 20%를 넘는 단지는 하나도 없고, 용적률은 9개 단지가 130% 이하다. 그만큼 다른 어떤 지역과 비교해도 사업성이 높다.
목동신시가지에서 8곳(5·6·7·8· 10·12·13·14단지)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을 결정한 상태다.
주목받는 곳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6단지다. 8월 초 목동 재건축의 표준안이라고 볼 수 있는 6단지 신속통합기획안이 공개되면서 목동신시가지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등은 8월 2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6단지 신속통합기획안을 공개했다. 기획안에 따르면 6단지는 기존 최고 20층, 1368가구에서 최대 용적률 300%를 적용받아 최고 50층, 약 2300가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목동6단지는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 (계획이) 통과된 단지”라며 “아파트 단지 위주 목동을 ‘디자인 도시’ 목동으로 만들겠다”고 공안을 발표했다.
6단지는 2020년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어 지난해 2월 양천구에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한 지 1년여 만에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1분기 정비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동 다른 단지보다 1년 이상 앞서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인천에서 서울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대로를 타고 들어올 때 목동6단지가 ‘관문 경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국회대로변 3개동을 나란히 43·49·49층 디자인 특화동으로 지정했다. 목동 중심상업지역과 목동5·6단지를 나누는 일방통행 도로인 목동동로변은 디자인 특화 구간으로 정하고 연도형 상가를 배치해 가로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속통합기획안이 공식적인 정비계획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지구단위계획 확정안은 조만간 고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기대감 신고가 경신 속출
6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는 서울시가 직접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제안하는 자문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목동역에서 가장 가까워 이른바 목동신시가지 대장주로 꼽히는 7단지는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자문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는 6월 양천구청에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으로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접수하며 본격적인 정비계획 수립 절차에 돌입했다. 준주거지역으로 1단계 종상향을 통해 최고 49층 건립을 기대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7단지 전용 74㎡ 타입(5층)은 지난 7월 2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해 9월 19억2500만원이다. 이후 가격이 급락했다 지난 2월 이후로 5억원 넘게 올랐다.
다른 단지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목동2단지 전용 152㎡는 지난 7월 최고가인 2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목동13단지 전용 151㎡는 7월 최고가인 26억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 전용 70㎡는 7월 14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7월, 16억3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거래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목동1~14단지 거래 건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2020년 719건에서 지난해 89건으로 2년 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상당수 단지가 올해 1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올해 들어 거래량은 271건(8월 7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건)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대출이 허용되고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거래가 늘었다”며 “단지 내에서 더 큰 주택형으로 배정받으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목동신시가지1~3단지가 종상향 문제 해결 조짐을 보이고 6~7단지를 중심으로 신속통합기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모든 단지가 사업 초기 단계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르면 7~8년 안에 입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상 가능한 일”이라며 “일부 단지는 신탁 방식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성공 사례가 아직 많지 않아 사업 추진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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