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때 말했는데... 이재용, 거짓말이었나"
[박소희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재벌개혁과경제민주화실현을위한 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4대 재벌과 ‘재벌공화국으로의 회귀’를 공식화한 전경련을 규탄하며 전경련의 해체를 촉구했다. |
ⓒ 유성호 |
반전은 없었다. 22일 삼성, 현대자동차, SK, LG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탈퇴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동시에 재가입했다.
이날 전경련은 서울시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꾸고,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한경협으로 흡수통합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4대 그룹의 재가입은 한경연 회원사 자격을 한경협이 넘겨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계열사 5곳 가운데 삼성증권은 최근 이사회에서 한경협에는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김종민, 김한규, 오기형, 이용우, 황운하 의원은 지난 9일 "전경련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기다렸다는 듯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 출신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회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달부터는 공공연하게 4대 그룹에 대해 재가입을 압박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혁신 없이 간판만 바꿔달고 신(新)정경유착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기형 의원은 8월 18일 추가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삼성의 전경련 복귀는 '대국민 우롱극'"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은 모두 전경련 탈퇴를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도 특위 위원들에게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을 뿐 아니라 전경련 해체 관련 질의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이제는 전경련 재가입까지 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 의원은 또 "삼성은 아직 국정농단 사건들로부터 벗어난 것도 아니다"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관련 1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엘리엇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의 배상 판정 문제도 남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삼성 내부에 반성과 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전경련 재가입을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 의원은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재용 회장은 거짓말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
ⓒ 남소연 |
- 최근 삼성의 전경련 복귀를 꾸준히 비판하고 있다.
"일단 전경련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평가가 있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경련을 해체하겠다' 정도의 답들이 있었다. 특히 4대 기업집단 대표들이 직접 말했고. 그 정도면 전경련에 다시 들어가서 뭘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압력이 들어왔는지 어떤 일인지 전경련에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분들이 가고, 전경련 스스로 연구기관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미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이었는데도 가입하라고 공문을 보내고. 저는 기업들도 좀 곤혹스러운 상황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 '준법 감시' 역할을 맡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가 "만약 가입했을 경우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계속 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이라고 권고한 일도 모순 같다.
"그게 어떻게 논리가 있나. 사회적인 비판을 받아서 인정을 했고, 그래서 전경련을 탈퇴한 것 아닌가. 그러면 다시 가입할 이유는 없는 거다."
- 복귀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보는가.
"그렇게 이용되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문제 제기를 한 거다. '이게 뭐냐'고. 지난해까지도 가만히 있다가, 수년 동안 아무 문제의식 없다가 갑자기 전경련을 가입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과 문제의식이 무엇인가. 그게 보이지 않는다."
▲ 2022년 5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설명을 듣고 있다. |
ⓒ 연합뉴스 |
- 전경련은 오늘 임시총회를 열어 이름도 바꾸고 정경유착의 과거를 반성하면서 향후 근절을 약속하는 윤리헌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왜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보는가.
"저희는 왜 지금 이 시기에 그걸 하는지 잘 모르겠다. 맥락적인 반성이 없었으니까. 또 갑자기 하려다가 사회적 비판이 나오니까 무슨 헌장을 발표하고 그러는 것 아닌가 싶다. 다 떠나서 4대 재벌 기업 스스로 한 말의 약속을 지키고 있나. 그때는 전경련 해체에 공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와서 '아니 전경련이 그렇게 한다니까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라고 하는 게 정말 자발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인가."
- 결과적으로 삼성은 삼성증권 빼고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만 복귀하게 됐다.
"이재용 회장이 거짓말한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삼성, SK 등 전부 국민들에게 설명을 좀 해야 될 것 아닌가. 나중에 이 사람들이 어떤 범죄혐의나 문제가 있으면 누가 정상참작을 하겠나. (이번 일을) 사회적으로 세게 평가하고, 다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나중에 한 번 더 문제 되면 더 혹독한 책임을 물어야 된다."
- 이재용 회장 불법 승계 의혹 재판 진행도 더디고, 엘리엇 문제도 남은 데다 국회에선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삼성생명법 논의도 멈춰버렸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석방도 있었고. 국정농단 이후에도 이 문제는 '거대한 숙제'로 남은 상황인데.
"재벌들과의 관계는 늘 숙제다. 끊임없이 서로 간의 긴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 제기할 건 하되, 또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있는 거고. 그런데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대기업의 지배구조, 세습 문제는 별개다. 정경유착 문제도 별도의 사회적 이슈이고. 그러니까 각각 구분해서 하나씩 하나씩 논쟁을 해야 한다.
'부의 세습은 더 이상 안 된다. 삼성도 기대하지 마라.' 이런 메시지가 계속 가야 하는 게 삼성생명법 등이고. 정경유착은 또 다르다. 경제와 정치 간에 긴장이 있어야 하는데 같이 짝짜꿍하면 서로 안 좋다. 민주주의도 훼손되고, 기업 경쟁력도 갉아먹는다."
- 민주당 차원에서도 대응할 예정인가.
"일단 정무위원 여섯 명이 한 번 목소리를 냈고, 박용진 의원도 법사위를 갔지만 (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했고, 저희도 한 번 더 세게 문제 제기하려고 한다. 당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할 거냐, 말 거냐란 문제의식이 없는 건 아닌데 현안이 워낙 많다보니까 오히려 상임위별로 대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저는 계속 문제 제기할 거다. 정무위가 안 하면 어디가 하겠나."
[관련 기사]
[2016년 12월] 뇌물죄 피하려는 총수들의 '꼼수' https://omn.kr/ls7e
[2017년 2월] 삼성 탈퇴, 전경련 해체 가속화되나 https://omn.kr/mh9a
[2023년 8월] 민주당 "전경련의 꼼수... 이재용은 약속 지켜야" https://omn.kr/25533
[2023년 8월] 시민단체, '전경련 재가입' 권고한 삼성 준법감시위 맹비난 https://omn.kr/25a1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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