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이재명 측근이라 사외이사 영입, 쪼개기 후원도" 작심 증언
“통일, 통일, 통일”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의 한 호텔. 경제협력 합의서를 체결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이 이렇게 외쳤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배상윤 KH그룹 회장과 함께 박명철 민경련 부회장,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 등 북측 인사들과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며 활짝 웃었다.
김성태 “이화영이 방북 요청, 이재명도 알았을 것”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43차 재판에서 검찰은 쌍방울그룹과 북한 민경련의 경제협력 합의서 체결 당시 촬영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이날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국제대회와 2019년 5월 협약서 체결 당시 북측 인사들과 쌍방울 관계자들이 회의하고 식사하는 모습이 담긴 여러 동영상을 공개했다.
증인으로 재판장에 나온 김 전 회장은 “북한 민경련과 합의서 체결 전날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숙소로 찾아와 ‘현 정부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방북 승인을 안 내준다. 북한에서 방북 초청장을 보내게 해달라’고 부탁 한 게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맞다”고 했다. 검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와 (쌍방울의) 동행 방북을 이 전 부지사도 알고 있었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김 전 회장은 “네. 본인이 요청했다”고 답했다. “방북 논의 후 경기도에서 도지사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낸 것을 보면 이재명 지사도 방북 추진을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도 김 전 회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9년 1월 17일 중국에서 쌍방울이 북한 측 조선아태위원회와 대북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참석한 이 부지사가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전화해 김 전 회장을 바꿔준 것을 언급했다. 쌍방울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기로 약속하면서 북한과의 대북 사업 대화가 재개된 자리였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과 경기도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경기도 부지사와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이 기업과 북한이 있는 자리에 함께 있었겠느냐”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시 쌍방울과 연관성을 몰랐다고 한다면) 제가 회사 일을 모른다고 하는 거랑 똑같은 거다”라고 답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쌍방울그룹의 방북 비용 대납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재명 측근이라” 사외 이사로 영입
이날 재판에선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쌍방울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과정도 공개됐다. 이재명 대표가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의혹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변호인단에 합류했고,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지낸 이태형 변호사와 경기도 고문 변호사 등을 지낸 나승철 변호사는 각각 비비안과 나노스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A 전 경기도 정책수석도 2020년 9월 나노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한 달 만에 사임했고, B 전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광림의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주주총회까지 열렸지만, 최종 불발됐다. 김 전 회장은 “(A씨와 B씨는) 이 전 부지사의 소개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밝혔다. 검찰이 “경기도와 관계성을 높이고 이재명 지사의 측근이라서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쪼개기 후원’한 사실도 재판에서 공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첫날 이재명 대표에게 후원금이 많이 모이면 모양새가 좋지 않냐’고 부탁해서 내 돈으로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를 여러 명의 이름으로 후원했다”며 “이 전 부지사에게 얘기하니 ‘아주 고맙다. (이재명 대표) 비서가 (고맙다고) 바로 전화 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 경선을 치를 때도 몇천만원을 냈다”고 말했다.이 대표 모친상에는 조의금으로 100만원을 냈다는 진술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내가 민주당에 뭘 잘못했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서도 “이 전 부지사도 대북사업을 이재명 대표와 잘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이 전 부지사의 배우자가) 남편 잘못되라고 이재명을 위해 그러는 것(변호사 사임 소동)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이 전 부지사가) 이번 기회에 사실대로 얘기하고 빨리 본인의 길을 가길 빌겠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는 방용철 부회장에게도 “그 책임을 내가 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전 회장이 진술하는 동안 이 전 부지사는 눈을 감고 있었다. 방 부회장은 고개를 숙인 상태로 눈물을 흘렸다.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은 오는 29일에 열린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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