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만난 웰메이드 공포물…신인 감독 역량 빛난 '신체모음zip' [D:현장]
오랜 만에 등골까지 오싹한 공포영화가 탄생했다. 신인 감독들이 의기투합한 '신체모음.zip'이다.
22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신체모음.zip’ 시사회 및 간담회가 열렸다. 감독 최원경 전병덕 이광진 지삼 김장미 서형우가 참석했다.
'신체모음.zip'은 사이비 종교 단체를 취재하는 막내 기자 시경이 특별한 의식에 초대받고, 그곳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신체 조각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아낸 공포 영화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 수상작이다.
최원경 감독은 '신체모음.zip'은 2020년 겨울에 시작된 아이디어다. 당시 팬데믹이 심했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활해야 했다. 마스크를 쓰고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 시대에 맞는 공포가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짧고 속도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시리즈를 생각해 여섯 명의 감독이 모였다. 그리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라고 영화 기획 출발점을 밝혔다.
'신체모음.zip'은 '토막'(최원경 감독), '악취'(전병덕 감독), '귀신 보는 아이'(이광진 감독), '엑소시즘. 넷'(지삼 감독), '전에 살던 사람'(김장미 감독), '끈'(서형우 감독)의 여섯 편으로 이뤄졌다. 단편 다섯 편이 '토막'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최원경 감독은 "공포 숏폼 시리즈물로 시작했지만, 프레임 스토리가 엮어주는 게 완성되면 장편영화로 선보이는 게 훨씬 낫겠다 싶었다. 사이비 종교 안에서 제물을 바치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라며 "제물로 바쳐지는 신체는 인간이 어떤 신체를 잃어버렸을 때 가장 무서울 지 고려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각 감독들은 자신의 에피소드에서 주고 싶었던 공포감을 설명했다. '귀신 보는 아이'의 이광진 감독은 "빌딩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내가 가장 보호 받고 있다고 생각한 장소에서 안전하지 않는 상황이 가장 공포스러울 것 같아 선택한 장소다. 일반적인 빌딩 안에서 귀밀이 열렸을 때 공포스러울 것 같았다. 등장하는 귀신마다 능력과 특징들이 있다. 이를 보는 공포와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악취'의 전병덕 감독은 "한 명이 화장실에 가면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일상 속 마음이 공포가 있지 않나"라며 "자기 파괴적으로 가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코를 절단하는 선택을 했는데, 코가 없어지면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코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라고 전했으며 '토막'의 최원경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혐오의 감정을 품고 있는 게 정말 무섭다. 그 바람들이 실은 음지에 묻혀 있다고 생각해 이를 사이비 종교 단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엔딩은 집단에서 간절히 바라면 안 좋은 일 일이 이뤄져버리는 공포감을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엑소시즘 넷'의 지산 감독은 "저는 절단 부위를 혀로 선택했다. 엑소시즘은 악령에 빙의 된 부마자와, 그 영혼을 구원하려는 엑소시스트의 싸움이다. 혀는 부마자 입장에서 유혹을 하고, 엑소시스트는 혀로 악령의 이름을 불러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다라"라면서 "평소 많은 사람들에게 친구, 이웃이 필요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읽은 구마서적 중 '구원은 하나님께 있지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친구는 이웃이다'라는 구절이 다가왔다. 젊은 퇴마사들이 어떻게든 친구를 구해보려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전에 살던 사람'의 김장미 감독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편향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믿으면 스스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런 것들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다. 공포는 스스로가 만드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힌 후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 빌라다. 공간을 생각했을 때 한 뼘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바로 옆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이걸 공포로 인용해 보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는 살만하다고 표현해 보려고 이웃의 관심을 넣었다"라고 말했다.
'끈'의 서형우 감독은 벽 하나를 두고 이웃의 목이 끈으로 연결돼 있는 에피소드다. 함께 힘을 합치면 살겠지만, 누구 하나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상대편을 죽일 수 있는 데스 게임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서 감독은 "생활밀착형 공포와 가장 무서운 건 인간 이 두 가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경비원에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네모난 칸 안에서 사람들이 굉장히 이기적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칼날 같은 말들에 경비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았고, 이 모든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사람은 누굴까 생각하니 경비원이었다. 가둬놓고 서로 배려하면 살 것이고 이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의심하면 다 같이 죽을 것이다란 실험을 하는 이야기에서 만들어진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 작품에는 김민재, 김채은, 임성재, 정준원, 백현주, 한상혁, 강준규, 강한산 등 다채로운 배우들이 출연하는. 서형우 감독은 "제가 김민석을 좋아한다. 소속사에 찾아가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설득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라고 전했다.
김장미 감독은"임성재는 조감독으로 일했을 때 알게 됐다. 흔쾌히 도움을 주셨고, 조우리는 사실 저도 잘 몰랐다. PD의 추천을 받아 캐스팅 했다. 캐스팅한 이유는 평범함이 보이길 바랐다"라고 말한 후 "절대 조우리가 연예인스럽지 않다거나 평범하게 생겼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삼 감독은 "저와 함께한 배우들은 오래 알고 있던 배우다. 특히 화영 역의 김금원은 공포 마니아라고 해서 그 친구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빌리고 싶어 만나게 됐는데 아이디어도 많고 흥미로워서 결국 캐스팅 했다"라고 말했다.
이광진 배우는 "준호 역의 강한산은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알고 지냈다. 제 주변 사람들 중 연기를 제일 잘한다. 언젠가 한 번 꼭 같이 하고 싶다고 바라왔는 데 10년이 걸린 셈"이라고 전했다.
전병덕 감독은 "권아름은 다른 현장에서 만났을 때 예쁘고 청초하다고 생각했고, 청초한 얼굴이 파괴되면 어떨까 생각하니 그 분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상혁 씨는 빅스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 분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니 건실한 이미지라서 잘 어울릴 것 같아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최원경 감독은 "사회초년생 기자 시경은 약해 보이지만 은은하게 광기가 있는 인물이라 김채은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선배 기자 재필 역의 정준원은 첫 등장부터 비호감이었으면 해서 연락했다. 사실 다른 영화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 첫 등장부터 비호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지삼 감독은 배우 안미나로, '신체모음.zip'을 통해 연출로 데뷔했다. 지삼 감독은 "비유하자면 더 넓은 바다에 온 것 같다. 연기도 즐거움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다. 마음 속에 차오르던 이야깃거리가 있었는데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 갈 길이 태신이다.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소감과 각오를 표했다.
최원경 감독은 "'신체모음.zip'은 놀이 기구 같은 영화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속도감을 자랑해 지루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고, 이광진 감독은 "공포 영화 장르가 요즘 뜸했던 것 같아. 더 다양한 공포 영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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