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안거친 4번째 대법원장"…이균용, 尹이 아껴둔 카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임으로 이균용(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중앙일보 8월 22일자 1면〉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 후보자는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0년 서울민사법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광주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원장, 대전고등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3인 중 한 명이었는데, 당시 윤 대통령은 오석준 대법관을 택했다. 이 후보자는 앞서 문재인 정부 때도 3차례에 걸쳐 대법관 후보로 천거됐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초대 김병로(1948~1961년), 3·4대 조진만(1961~1968년), 현 김명수(2017~2023년)에 이어 대법관 경력이 없는 네 번째 대법원장이 된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까지다.
법원 내 엘리트 판사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활동한 이 후보자는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지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도 다수 내렸다. 김대기 실장은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법관”이라며 “장애인 인권, 노동자 권리 보호 관련 판결 등으로 신망을 받아왔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틱 장애(투레트 증후군)가 장애인복지법령상 장애 유형이 아니란 이유로 장애인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로, 이는 2016년 장애인 인권 디딤돌 판결로 선정됐다. 법원 내에선 쉬운 글로 판결문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후보자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2021년 대전고등법원장 취임사에서 ‘김명수 사법부’를 향해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직격한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당혹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지만, 윤 대통령이 검사장이 된 후부터는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이번 지명 과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3명(이균용·오석준·오영준)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했을 때, 인사검증 내용 등을 살펴본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손색없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대법원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아껴둔 카드라는 취지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동의로 임명된다. 다수당인 야당의 입장이 중요한데,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더 적합한 인물인지,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국민의 눈높이로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일부 개각도 단행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현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방 후보자는 “우리 경제의 무역과 투자 환경, 에너지와 자원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전략적 산업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관급인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발탁됐으며, 기재부 1차관으로는 김병환 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이 내정됐다. 세 사람(방문규·방기선·김병환) 다 기재부 출신인 점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부담이 있었지만, 윤 대통령이 ‘이제부터 국정 중심은 경제’라고 강조해 기재부에서 경제를 오래 다뤘던 분들을 모셨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책임을 물어 인사 조처를 건의했던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으로 교체됐다. 행정안전부 차관에는 고기동 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급)에는 이한경 재난관리실장이 내정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이 설정한 재송부 요청 시한은 24일로, 이때까지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청문 보고서 없이 그 다음날부터 이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현일훈ㆍ강보현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충격의 오원춘·도가니 사건…그는 '화학적 거세' 내밀었다 | 중앙일보
- 250t 순식간에 완판…구미산 '냉동김밥' 미국서 대박 무슨 일? | 중앙일보
- 백강현 군, 서울과고 안 돌아간다…"학폭 없었다? 잘못된 내용" | 중앙일보
- '전 펜싱 국대' 남현희 이혼 발표…동시에 새 연인 깜짝 고백 | 중앙일보
- 신혼 첫날밤 성관계 했다가…태국인 아내에 '강간' 고소 당했다 | 중앙일보
- "간호사 꼬리뼈 만지고, '쏴 죽여야' 폭언"…대학병원 교수 논란 | 중앙일보
- 월드컵 우승하자 여성 선수에 '강제 키스'…세계 경악시켰다 | 중앙일보
- 엄마 유산 홀랑 쓴 옆집 이모…믿었던 '유언장 심판'의 배신 | 중앙일보
- "노래방서 성관계 왜 안해주냐"…깨진 병으로 남친 얼굴 그었다 | 중앙일보
- 태국 여성들 음란행위 생중계…'나라 망신' 한국 유튜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