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들고 대학로 배회 60대 선처를” 1015명 탄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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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대학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해 시민 1015명이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탄원서에 참여한 시민들은 사건 당시 대학가 주민들이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한 A씨의 괴성이 '장애로 인한 과잉 행동'임을 고려해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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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로 인한 과잉행동’ 특성 고려해야”
“특수협박이라는 강력범죄로 보는 건 과해”
서울 종로구 대학가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다 경찰에 긴급 체포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해 시민 1015명이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부산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던 국가폭력 피해자인 A씨가 겪었던 삶, 중증 지적장애로 인한 과잉행동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수사는 과하다는 취지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9시25분쯤 흉기를 들고 대학가 인근을 돌아다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당초 경찰은 A씨를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나 A씨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러 공포심을 느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 혐의를 특수협박으로 변경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피해자는 없었다.
이에 노숙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홈리스행동’ 측은 시민 1015명이 쓴 탄원서를 모아 법원 영장심사 과정에 제출했다. 이 단체는 2002년 길거리에서 노숙하던 A씨를 처음 발견해 20년 넘게 A씨의 보호자 역할을 해 왔다.
공개된 일부 탄원서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지능지수가 35~49 정도에 정신연령이 3~7세 수준인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지난해 8월 23일 인정한 국가폭력 피해자기도 하다. 구체적인 시점은 불분명하나 부산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온갖 강제노동과 폭행 및 가혹 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형제복지원에서 나온 이후 부랑인 시설, 기도원 등을 전전했다. 출생연도와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성인이 된 후인 1983년에 주민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9월에서야 대학로 인근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배달 오토바이 굉음을 “죽여버리겠다”는 소리로 듣고 흉기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A씨의 1차 피의자신문에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한 홈리스행동 관계자는 “A씨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라면서 “중증 지적장애 특성상 인과 관계 추론이 빈약하고, 비약이 있다. 오토바이 소리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씨는 흉기를 손에 들고 배회했으나 누군가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실질적인 폭력을 행사하진 않았다.
탄원서에 참여한 시민들은 사건 당시 대학가 주민들이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한 A씨의 괴성이 ‘장애로 인한 과잉 행동’임을 고려해줄 것을 호소했다. 계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A씨와 함께 국가폭력 피해 진실 규명을 해왔다는 시민은 “(A씨가) 과거 어려웠던 생활과 국가폭력의 트라우마, 취약해진 건강으로 인해 종종 울분을 느꼈다”며 “큰 소리로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소리를 내곤 했으나, 어느 누구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탄원서에 동참한 또 다른 시민은 “A씨 행위가 최근 발생한 강력범죄들과 유사해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A라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때 그의 행동을 ‘특수협박’이라는 강력범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범행 동기가 아닌, 발달장애로 인해 나타난 과잉행동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9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홈리스행동 측은 “법원의 결정에 너무 실망스럽고, 구속돼 홀로 고립돼 있을 A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A씨가 흉악범으로 둔갑되지 않고 공정한 법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곧 다시 연대를 요청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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