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들고 대학로 배회한 60대에 탄원서 1000장…"국가폭력 피해자"

시민단체 "장애 특성과 생애 과정 고려해야"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됐던 피해자"

서울 도심에서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괴성을 지른 60대 남성을 선처해달라며 1000명가량의 시민이 탄원서를 냈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시민 1015명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5분간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러 경찰에 검거된 A씨를 선처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5분간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소리를 질러 체포된 A씨. [사진제공=혜화경찰서]

탄원서를 제출한 시민들은 A씨의 지인, 그리고 20년 동안 A씨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던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의 활동가들로 알려졌다.

활동가들은 탄원서를 통해 "A씨가 흉기를 들고 다녀 불안감을 조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애 특성과 생애 과정을 고려하면 구속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A씨가 정신연령이 3~7세에 불과한 중증 발달 장애인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는 장애 특성상 소리에 민감해 오토바이 굉음에 놀라 집에 있던 흉기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A씨가 과거 인권 유린 사태가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감됐던 피해자라며 "어려웠던 생활과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 취약해진 건강으로 인해 종종 울분을 느꼈고 큰 소리로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누구에게도 폭력은 행사한 적이 없다"라고 탄원서에 적었다.

활동가들은 A씨가 뇌경색 및 급성신부전 등 질환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타인을 해치기도 어렵다면서 "구속보다는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영장실질검사에서 "도망의 염려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했다"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한지수 인턴기자 hjs1745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