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16년 만에 최고…하락 베팅 '채권개미' 날벼락

염지현 2023. 8.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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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장중 연 4.355%로 치솟았다. 고가 기준으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시장금리 급등에 국내 ‘채권개미’(개인 채권투자자)가 날벼락을 맞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채권가격 하락) 평가 손실로 투자금이 묶이면서다.

올해 초부터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가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하’라는 장밋빛 기대를 품고,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채권 상품으로 몰렸다. 상당수 투자자는 주가 상승의 2~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담았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이들 채권개미가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김영옥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연초(연 3.879%)보다 0.457%포인트 오른(채권가격 하락) 연 4.336%로 마감했다. 장 중에는 연 4.355%로 치솟았다. 고가 기준으로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연 4.449%)도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들썩이는 건 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탄탄해 한동안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여기에 미국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도 자극하고 있다.

국내 채권개미는 죽을 맛이다. 기준금리 인하에 ‘베팅’하며 미국 장기채 투자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질 때는 투자금 회수 기간(듀레이션)이 긴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자본차익 효과가 커서 인기를 끈다.

김영옥 기자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연초 이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순매수한 상위 5개 종목 중 3개가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다.

순매수 1위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이하 종목코드로 통일, TMF)다. TMF는 20년 이상 초장기 미국 국채로 구성된 지수(ICE U.S.Treasury 20+Year Bond Index)의 3배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초고위험상품이지만 금리 인하에 베팅한 국내 채권개미는 8억9081만 달러(약 1조2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또 채권개미들은 블랙록자산운용사가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커버드콜(주식과 옵션 동시거래) ETF(TLTW, 2억5637만 달러)’와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ETF(TLT, 2억4275만 달러)’에도 연초 이후 지난 22일까지 총 4억9912만 달러(약 6700억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채권금리의 고공행진으로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기준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한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3배 레버리지 상품인 TMF의 손실률이 -25.4%로 가장 컸다. TLTW(-8.9%)와 TLT(-9.05%) 상품도 같은 기간 10% 가까이 손실이 났다.

문제는 상황이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당수 시장전문가가 당분간 미국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채권 가격 하락) 흐름이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뚜렷한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날 때까진 장기채의 고금리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익률 회복까지 투자자가 견뎌야 할 ‘인고의 시간’도 길어지는 셈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경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연 4~4.2% 정도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는 한 이런 고금리 흐름은 오는 9~10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태근 신한투자증권 전문위원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고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며 “연초 발 빠르게 미국 국채를 사들인 투자자의 손실은 당분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규 투자자의 경우 채권 금리가 뛰는 지금이 투자에 나설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심혜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부장은 “시장금리가 뛰며 채권값이 조정받는 지금이 장기채에 관심을 가질 때”라며 “당분간 금리가 들썩일 수 있는 만큼 투자할 때는 분할매수가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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