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임명' 결과적으로 비호한 보수 언론들

하성태 2023. 8. 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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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비평] 내내 침묵... <조선> 은 이동관 아들 의혹 제기한 교사 문제 삼기도

[하성태 기자]

"이번 청문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왜 '엠비 정권 올드보이'를 방통위원장으로 골랐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이동관씨는 방송 장악에 진심인 기술자다. 청문회는 어차피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든 말든 임명을 강행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동관씨가 앞으로 벌일 모든 일의 결과적 책임은 윤 대통령 몫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직후인 지난 19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자격 없다>란 <한겨레> 사설의 결론이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포함해 진보와 중도를 표방하는 종합 일간지 세 곳은 이날 일제히 이 후보자의 자격을 묻는 날선 사설을 실었다.

<경향신문>도 <'부적격' 사유 쏟아진 이동관 청문회, 임명 철회해야> 사설에서 "'방송장악 기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방송·언론의 독립성과 권력 감시 사명을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은 방통위원장 신뢰를 흔들고 정쟁만 키울 이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 신문은 청문회를 사나흘 앞둔 시점에 윤 대통령의 이동관 후보자 지명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기도 했다. 21일에도 <한겨레>는 <'내 편' 아닌 공영방송 이사진 모두 해임, 이다음은 뭔가>에서 이 후보자 청문회 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진의 해임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 종합일간지 세 곳의 반응은 180도 달랐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정국의 화두로 떠오른 지난주 초(14일 월요일)부터 청문회 다음날인 19일까지 소위 '조·중·동' 중 단 한 곳도 관련 사설을 쓰지 않았다. 침묵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침묵을 깬 곳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21일 자 <플랫폼·콘텐트 경쟁력 강화가 방송 개혁의 본질>이란 사설에서 이 후보자 임명을 기정사실화 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응해 디지털·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이 후보자의 공영방송 개혁 방향을 소개한 해당 사설의 결론은 이랬다.
 
이 후보자는 말끔히 털어내지 못한 의혹에 대해선 추가적으로라도 적극 소명해야 한다.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선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앞으로 행동으로 직접 입증하기 바란다. 정치권도 총선 셈법만을 따져 혁신적 미디어 생태계 구축의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동관 의혹 단독 보도 27개 언론별로 보니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아들 학교폭력, 언론장악 의혹에 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러한 사설의 논조는 종합 일간지들의 보도 행태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통령 특보 시기부터 이동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단독을 포함 적극적으로 보도해 온 매체 중 '조·중·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전국언론노조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인사청문회 직전인 지난 15일까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 및 인사와 선거 개입 의혹, 아들의 학폭 논란 등 이 후보자 관련 논란 중 28개 단독 보도를 한 매체 중에서 소위 보수 일간지나 경제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해당 단독 보도를 매체별로 분류해 보면, <경향신문>이 12개, YTN이 4개, <한겨레> 4개, MBC 3개, KBS 2개, 오마이뉴스 2개, 시사인 1개였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에 나선 이 후보자는 이러한 언론들의 의혹 제기에 "증거가 없다"거나 "본인이 작성한 문건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는 사이, '조·중·동'은 이동관 후보자의 해명이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이 후보자 관련 논란을 여야의 정쟁으로 일축하는 기사들로 일관했다. 언론단체들의 계속된 반대와 반발은 묵과하거나 현업 단체의 일부 주장 정도로 취급했다. 심지어 이 후보자 아들 학폭 관련해 내부 고발에 나섰던 하나고 교사의 전교조 이력을 문제 삼은 일간지도 있었다. <조선일보>였다.
 
이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도 맡았던 전(경원)씨는 2020년 6월 하나고 휴직 상태에서 민주당 강민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갔다. 국회는 그해 10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교원의 신분이라 부적절하다"며 그의 임명을 취소했다. 이에 대해 전씨는 소송을 냈고, 1심은 패소했다가 올 2월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전씨 측은 "이 후보자 관련 폭로 당시에는 전교조가 아니라 교총 소속이었다"며 전교조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조선일보>의 지난 7월 29일 자 <학폭 폭로했던 교사, '이재명 지지' 기고문 내> 기사 중 일부다. 이처럼 이 후보자를 향해 제기된 갖가지 의혹과 논란에 대해 눈에 띄는 '조·중·동' 보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중 <중앙일보>의 지난 1일 자 <'이동관 탄핵설'의 실체>란 '최민우의 시시각각' 칼럼 내용은 예외적으로 눈여겨 볼만 한 내용이었다.
 
흥미로운 건 임명 전부터 (이동관) 탄핵설이 공공연히 나온다는 점이다. 시나리오도 구체적이다. 원래 방통위는 위원장 1명, 위원 4명의 '5인 체제'인데 현재는 3인(여 김효재·이상인, 야 김현)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김효재·김현 위원은 23일로 임기 종료다.
 
따라서 후임을 여야가 추천해야 하는데, 이를 민주당이 거부하겠다는 거다. 방통위원은 국회 추천 과정에서 동의를 필요로 하기에 거야(巨野)가 제동을 걸면 추가 인선은 불가능하다. 이미 야당 추천으로 올라간 최민희 전 의원을 대통령이 여태 임명하지 않았다는 것도 민주당엔 명분이다.
 
이럴 경우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위원의 2인 체제가 불가피하다. 방송법에는 "방통위는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라고만 돼 있다. 2인 방통위가 불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체 인원의 절반도 안 되는 '반쪽짜리 방통위'가 공영방송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면 민주당은 이를 빌미로 이동관 탄핵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역 기자 10명 중 8명이 반대했는데

이런 의혹 제기 덕분일까. 실제로 임기를 이틀 앞둔 지난 21일, 이상인 위원과 2인 체제로 전체회의를 연 김효재 방통위 직무 대행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안을 의결했고, 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의 보궐이사로 보수 인사인 황근 선문대 교수를 추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이후 KBS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 등 공영방송 이사진 및 방송 공정성을 관장하는 기구 책임자들을 자리에서 줄줄이 쫓아내 버렸다. 이동관 후보자가 임명 후 '제 할 일'을 충실히 하게끔 비단길을 깔아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22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재송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 인사청문회 직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는 25일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자가 5인 체제 방통위를 어떻게 뒤흔들지로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6월 한국기자협회 설문 결과 현역 기자 10중 8명이 이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결국 후보자 지명설부터 인사청문회까지 석 달 가까이 걸린 이동관 후보자 임명이 임박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기자들의 반대에도 이 후보자의 의혹과 논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결과적으로 비호한 언론들이 큰 역할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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