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간 내릴 비가 6시간 만에"…美사막 휴양지 물바다 됐다

문상혁 2023. 8.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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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성 폭풍 ‘힐러리(Hilary)’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이 지역의 평균 강우량 기준으로 반년 동안 내릴 비가 6시간 만에 쏟아졌다. 현지에선 폭풍의 세력은 약해졌지만 저기압 중심부의 비구름이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계속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측한다.

21일(현지시간)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힐러리는 네바다주 서남부를 지나 오리건주로 이동했다. 지난 18일 최고 풍속이 시속 233㎞에 달하는 4등급 허리케인이었던 힐러리는 20일 멕시코를 지나치며 열대성 폭풍이 됐고 캘리포니아 남부를 지나며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84년 만에 남부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힐러리는 강한 비바람을 몰며 홍수를 일으켰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 동부에 위치한 사막 지역 휴양지인 팜스프링스에는 하루 동안 80.7mm의 비가 내렸다. 평균 강우량 기준으로 반년 동안 내릴 비가 불과 6시간 만에 쏟아진 것이라고 NWS는 전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하루 46.2㎜의 비가 내려 역대 8월 강수량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바다주・유타 주 등 6개 주에는 홍수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됐다.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국지적으로 치명적인 홍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현지시간) 힐러리로 침수된 캘리포니아의 일부 도로. 로이터=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로 정전 사태와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캘리포니아 당국은 이날 한때 약 4만1000세대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대부분 복구했다고 밝혔다.

또 팜스프링스를 포함한 3개 도시에는 911 전화 시스템이 끊겨 당국이 7500명 이상의 구조대원을 긴급 배치되기도 했다.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구조 요청이 빗발쳤다. 팜스프링스 인근 요양원이 폭우로 불어난 진흙에 잠기면서 주민 14명이 고립됐다가 빠져나왔다.

샌디에이고에선 빗물이 무릎까지 차오르면서 노숙자 밀집 지역에서 13명이 구조됐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로스앤젤레스(LA)를 포함해 주 대부분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이 열대성 폭풍 힐러리로 고립됐던 주민들을 불도저로 구조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폭풍우가 지나가면서 이날 휴교했던 캘리포니아 일대 학교들은 오는 22일부터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 국립 허리케인센터는 북상한 힐러리가 오리건과 아이다호 일부 지역에도 최대 5인치(12.7㎝)의 폭우를 쏟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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