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도권 위기론 잠재워 달라" 與 경기도, 김기현에 SOS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을 좀 잠재워 달라.”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경기도당 연석회의에서는 이같은 주문이 쏟아졌다. 여권 내부에서 내년 총선 ‘수도권 위기론’이 점화되자, 회의에 참석한 경기도 현역 의원과 전·현직 당협위원장 37명은 약 2시간 동안 김기현 지도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송석준 경기도당위원장은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건의사항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함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여권 인사의 위기감은 팽배하다. 경기도 지역구 59개 가운데 국민의힘 현역이 있는 지역은 고작 6개(10%)다. 김학용(안성), 안철수(성남 분당갑), 유의동(평택을), 김성원(동두천·연천), 송석준(이천), 최춘식(포천·가평) 의원이다. 대부분 지역도 경기 외곽으로 분류된다. 반면 경기 지역 민주당 현역은 48명에 달한다.
국민의힘 서울시당도 25일 총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별도로 열 예정이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 지역은 9개여서 사정은 비슷하다. 송 위원장과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 배준영 인천시당위원장도 24일 당사에서 별도 회동을 연다.
“수도권 위기론, 이제 그만”
지난 16일 회의에서는 비주류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 위기론에 불을 지피는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키워 숨은 인재가 총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일부 인사는 우리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보수 정당이 수도권에서 열세를 보인 적은 오래된 일이어서 새삼스럽게 굴 일이 아니다”며 “그런데 마치 새로운 것처럼 여기면서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현·안철수 등 수도권 중진이 지속해서 위기론을 부추기는 것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다. 이는 이철규 사무총장이 최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와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당 인사는 “지도부가 이들을 더 자중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현수막 등 홍보비 지원해 달라”
회의에서는 현수막 제작·설치 비용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특히 정당법상 당비만 활용할 수밖에 없는 원외 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 이들은 중앙당이 하달하는 홍보비로 1개당 10만원 수준인 현수막을 거는데, 액수가 적다 보니 충분히 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민주당 현역은 정치후원금을 더 들여서 현수막을 붙이는 ‘물량 공세’를 편다”며 “하지만 원외가 많은 우리는 당비만 써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인사는 “중앙당에서 홍보비 지원을 확대하고, 중앙당이 정해주는 현수막 내용도 국민에게 호소력 있는 내용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참석자는 “부처 장관을 만나도록 지도부가 다리를 놓아달라”는 요청도 했다. 지역사업이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나 기획재정부 등 핵심 부처 장·차관을 만나야 하는데 그럴 기회를 적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경기 동부권 민심이 흉흉해졌을 때, 이 지역 여권 인사들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한다.
“왜 수도권 내 호남인에는 손 놓나”
나아가 수도권 거주 호남 출신 유권자에 대한 대책도 요구됐다. ‘아쉬운 1표’를 놓칠 수도 있다는 취지다. 한 참석자는 “호남을 챙긴다는 이미지를 줘야 호남이 고향인 유권자들도 지지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나”고 했다.
호남을 더 찾아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3월 취임 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가는 등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 대선 때만큼 ‘서진(西進)정책’이 뚜렷하지 않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수도권 정책을 놓고 중앙당과 지역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총선에서 승부를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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