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입맞춤' 추태, 결국 고소까지 당했다…궁지 몰린 스페인 축구협회장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뒤늦게 사과했다. 그러나 이미 현지에선 회장을 향한 거센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루비알레스 회장은 성차별 행위로 고소까지 당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2일(한국시간) “후회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실수를 저질렀다. 감정이 벅차올랐다.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사과해야 한다.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걸 다시 새길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떤 나쁜 의도도, 악의도 없이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스페인 축구 역사에서 여자축구가 가장 대단한 성공이라 (이번 논란이) 더욱 슬프다.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려 했던 건데 이 사태가 영향을 끼쳤다”며 여자 대표팀의 우승보다 자신의 행동이 더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앞서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첫 본선 진출 이후 8년 만이자 세 번째 대회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또 지난 2010년 남자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남·여 월드컵 우승이라는 금자탑까지 쌓았다. 이 부분 첫 번째 기록은 지난 2003년 독일이 먼저 달성했는데, 20년 만에 스페인도 그 뒤를 이었다.
오롯이 스페인 선수들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야 했을 시상식, 루비알레스 회장의 돌출 행동이 전세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단상에 올라온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을 얼굴을 잡고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는 모습이었다.
에르모소는 라커룸에서 직접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활용한 라이브 방송 중 관련 질문을 받았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해 파장은 더욱 컸다. 이후 에르모소는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엄청난 기쁨 속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 관계는 문제가 없다”며 뒤늦게 두둔했지만 공교롭게도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전한 메시지였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에서 “에르모소와 입을 맞췄다고?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를 비난 목소리는 전세계적으로 쏟아졌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자축구를 그간 괴롭혔던 불쾌한 성차별적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고, 스페인 엘파이스는 “갑자기 입맞춤을 하는 건 ‘공격’이다. 기습적인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고,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은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 사건으로 광범위한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인과 언론인들은 그의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 역겹다고 표현했다"고 전했고, 미겔 갈란 스페인지도자협회장은 “용납할 수 없는 성차별적인 스포츠 행위”라고 비판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그는 결국 뒤늦게 “악의는 없었다. 감정이 벅차올라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사태는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마르카에 따르면 갈란 협회장은 에르모소에게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한 루비알레스 회장에 대해 스포츠에 관한 법률 '성차별 행위' 위반을 근거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궁지에 몰렸고, 여자 월드컵 우승으로 축제 분위기여야 할 스페인 축구계도 깊은 한숨을 쉬고 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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