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대 수사단장 측, 국방부가 혐의 뺀 1사단장 고발

장희준 2023. 8. 22. 1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해병1사단장 등 6명 제외
수사단장 측 변호인 "사단장 과실치사 고발"
장관-해참총장, 후속인사 내정 의혹도 제기

국방부가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면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하지 않은 가운데 이 사건 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임성근 사단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은 '혐의자를 대대장 이하로 축소하라'는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 측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22일 임성근 사단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고발장을 경북경찰청에 우편 송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단장은 해병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판단했는데,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성근 사단장의 혐의 자체를 뺀 상황이라서 혐의를 밝힐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면서 임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됐다. 국방부로부터 '대대장 이하로 혐의자를 축소하라'는 외압이 있었다는 것이 박 대령 측의 입장이다. 사건을 재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는 전날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임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특정하지 않은 채 사실관계만 송부했고, 하급 간부 2명은 혐의를 제외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뿐 아니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7본부 대대장 A 중령의 법률대리인이기도 하다. 그는 "모두 현장 지휘관에만 책임을 덮어씌우는 상황에서 포병 7본부 대대장은 자신의 책임을 담담히 지겠지만, 사단장의 책임까지 한꺼번에 질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며 "수사단장의 항명 혐의를 벗고, 포병 7대대장의 책임이 위법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향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며 "이 사건 법률 보좌(해석)를 잘못한 법무관리관, 국방부 검찰단장, 1사단장 등 3명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임성근 사단장은 집무실에서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원 지휘관으로서 책임지겠다. 면책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에 따라 수사단 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사건이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어가자 임성근 사단장은 '합동참모본부 단편 명령상 (육군 50사단장에게 작전통제 권한이 넘어갔기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수사단장 측 "장관-해군참모총장, 후속 인사까지"

해병 장병 실종지점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울러 이날 김 변호사는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해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군 당국이 임성근 사단장의 교체를 검토했으며 후임 인사까지 내정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군 당국 차원에서 인사 교체까지 준비할 정도로 당초 임 사단장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주장이다.

그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수사단장(박 대령)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서명 결재한 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의 독대에서 후임 1사단장 인선에 대해 서명 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부 경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께 이 장관에게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에 대한 대면 결재를 받았으며, 이후 이 장관이 김 사령관과 약 15분간 독대했다는 것이 박 대령 측의 주장이다.

김 사령관은 지난달 28일 박 대령으로부터 임성근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담긴 조사결과를 보고받았고,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박 대령과 함께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이 장관에 차례로 대면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령관이 임 사단장의 후임자로 B 소장을 고려했으나, 동의를 얻지 못해 정종범 부사령관(소장)을 내정했다는 것이다. 박 대령 측은 후임 인사에 관해서도 "(이 총장-이 장관에 보고하고 결재받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병대사령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병대사령관은 지난달 30일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1사단장 후속인사에 대한 결재를 받은 바 없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내놨다.

순직해병 부모 "경찰 수사로 진실 밝혀지길 바라"

전우의 영결식에서 눈물 흘리는 해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의 부모는 경찰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채 상병의 부모는 전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입장문에서 "저희 유족은 향후 경찰에서 신속하고 현명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또한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지는 것도 고대하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21일) 오후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찾아와서 해병대 조사자료와 차이점 등 검토 결과를 설명했다"며 "조만간 검토 결과와 해병대수사단 자료 일체를 경찰로 이첩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식 수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다시 기다려 보겠다"며 "앞으로 추모하는 데 집중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애써보겠다"고 전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