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쑤셔도 삼보일배 나선 어머니…“이태원 특별법으로 참사 막아야”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약자를 돕겠다고 간호사를 꿈꾼 20살 청년이었어요. 아들 생각하면 이깟 고통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씨의 어머니 김희정(55)씨는 비가 쏟아졌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날씨로 옷이 흠뻑 젖은 가운데서도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다. 국회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바람은 20살 꿈 많던 아들을 떠나보낸 사회적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삼보일배에 무릎은 쑤셔왔지만, 김씨는 고통을 잊기 위해 허벅지를 툭툭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태원 참사로 딸 김연희씨를 떠나 보낸 아버지 김상만(56)씨도 손목·무릎 관절이 저려왔지만 삼보일배를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머리가 아스팔트 위에 닿을 때마다 2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처음 구한 정규직 일자리에 싱글벙글 웃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씨는 “참사 300일이 다 되어가지만, 책임자 처벌조차 없다. 진상규명만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삼보일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시민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다. 오후 3시쯤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인근 아현동까지 이동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등이 적힌 보라색 티셔츠와 조끼를 입은 이들은 이날 “국회 행정안정위원회는 신속히 특별법을 처리하라” “국회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검사 임명 요청 등의 내용이 담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 30일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됐지만, 여야 갈등 속에서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했다. 고(故)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발생 300일이 되었어도 그 어느 것 하나 밝혀지거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남아있는 가족이 살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 특별법은 우리의 염원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보루다”라고 말했다.
삼보일배에는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단과시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주최 측은 120여 명이 삼보일배에 나선 것으로 추산했다. 삼보일배 참가자 김빈(41)씨는 “삼보일배 전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니 울컥했다”며 “안타까운 참사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왔다. 힘들더라도 유가족분들과 끝까지 삼보일배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모(49)씨도 “서울 시내에서 159명의 생명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답답하다”며 “적어도 왜 참사가 발생했는지 유가족분들에 알려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 참사 300일이 되는 24일 국회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삼보일배를 마친다. 이후 국회 인근에서 참사 발생 300일 시민추모대회를 연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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