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돈줄 저격당한 김정은…"위성 발사" 위험구역 3곳 찍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인권·사이버 돈줄 문제를 저격당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반격'에 나섰다. 전날 시작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지 자유의 방패·UFS)과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등을 빌미로 추가 위성 재발사를 예고하면서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시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북한이 위협 고조를 통해 군사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北 군사정찰위성 재발사 수순
NHK방송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22일 새벽에 북한이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며 위험 구역 3곳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이 통보한 위험구역은 ▶북한 남서쪽 서해 해상 2곳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 등 총 3곳으로 지난 5월 위성 발사에 앞서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한 내용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북한이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을 재발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오전 6시 29분경(합참 발표 기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을 발사했으나, 로켓엔진 및 연료 결함으로 실패했다.
북한은 당시 위성 발사 2시간 30분여 만에 원인을 포함한 실패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2차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은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재차 (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은 유감"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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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서 핵전쟁 도발 구체화"
김정은의 위성 재발사 예고는 기술적 결함 보완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의 표명이자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자금줄을 겨냥해 사이버 분야 협력 워킹그룹 창설 등 적극적 조치를 내놓은 데 대한 대응 격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첫 반응을 내놨다.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공화국 무력은 자비를 모른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사상 초유의 열핵대전이 각일각 현실로 다가들고 있다"며 "지난 18일 미·일·괴뢰 우두머리들이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 도발을 구체화·계획화·공식 구체화했다"고 비난했다.
전날 시작한 UFS에 대해서도 "합의 문서들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그 실행을 위한 연습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이번 전쟁연습에서 캠프 데이비드 모의시 조작된 합의사항들이 추가로 실행된다면 조선반도에서의 열핵대전 발발 가능성은 보다 현실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사실을 호도하고 억지주장을 펼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UFS 연습은 방어 성격의 연례적 훈련이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군사적 도발 수준에 상응해 훈련 규모와 수준이 결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날 논평은 대미·대남 등 대외문제를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공식 채널인 관영 매체를 통해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도발 위한 명분 쌓기도
이는 결국 북한의 도발 명분 쌓기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우선은 위성 발사가 예상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이날 논평에서 "우리 국가의 자주권과 우리 인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적대세력에 대한 징벌 의지는 격발의 순간을 기다린다"며 "우리 공화국 무력은 때를 기다릴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압도적인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로 수세에 몰린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들의 전쟁준비 의지를 피력할 수 있는 '가성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은 21일 침수 피해를 입은 평안남도 온천군에 있는 안석 간석지 피해복구 지역을 찾아 김덕훈 내각 총리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를 가졌다고 거칠게 몰아세우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김정은이 간석지 침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만큼 식량문제를 비롯한 북한 내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김 총리와 관련해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이어 비리 정황이 포착된 간석지 건설국을 비롯한 관련 내각기관에 대한 집중 겁열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경제 부문을 맡은 내각 간부를 대상으로 사정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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