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재발사 예고한 날…韓, 민·관·군 우주 작전 첫 논의

이근평 2023. 8. 2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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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민·관·군 회의를 열고 전시 상황을 가정한 우주 작전을 처음 논의했다. 우주 영역에서도 미국, 일본과 군사 공조가 예고된 가운데 본격적으로 관련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2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를 계기로 전시 민·관·군 우주자산의 통합 활용을 논의하는 첫 회의가 열렸다. 허태근 국방부 정책실장이 주관한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 관계관과 합동참모본부, 방위사업청 등 군 주요 직위자가 참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광범위한 우주영역에서의 군 독자적인 우주역량 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전시 국가 총력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우주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회의는 감시·정찰, 통신, 항법위성 등 우주자산의 수요가 전시에 급증하는 상황을 설정해 민·관·군의 통합 능력과 절차를 논의하는 일종의 토론식 도상연습(Table-Top Exercise·TTX)으로 진행됐다. 예컨대 위성 영상에 대한 수요가 전시에 늘어난다고 할 때 각 기관별로 지원 가능한 방안이 무엇인지 내놓고 실제 대응 능력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활용된 사례가 언급되기도 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해외 상용 감시·정찰위성을 한국 역시 전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군 관계자는 “해당 연습을 민·관·군 합동으로 처음 열었다는 건 우리 군이 우주 작전의 체계화에 나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링크’는 현재 4000여 개 위성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서비스 중이다. 사진은 스타링크 위성 56개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지난달 29일 발사되는 모습. [AP]

이 같은 행보에는 북한이 지난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후 이날 재발사를 예고한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주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는 게 또 하나의 대북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최근 미국, 일본과 우주 분야의 군사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군사 훈련 정례화를 약속하면서 다영역(multi-domain)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상·해상·공중은 물론 우주를 아우르는 미래 작전 수행 영역에서도 3국 공조를 이뤄내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특히 우주전은 적국의 통신정보를 교란하고 수집하는 등의 활동으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이 우주 공간을 비행할 때 수행된다. 미국이 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 주한 미우주군을 창설한 것 역시 미 본토를 노린 이런 북한의 직접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은 또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예정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합연습에는 처음으로 본토 우주군을 보낼 계획이다. 군 당국자는 “우주자산을 통해 감시·정찰 능력을 향상하는 것 역시 대북 억제에서 중요하다”며 “우리 군은 오는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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