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 참석기…“켈러가 아닌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를 찬양했다”

2023. 8. 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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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옥경 두란노 출판3부 부장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인트패트릭 성당에서 2000여명의 추모객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켈러 목사의 차남 마이클 켈러(왼쪽 화면) 목사가 축도하고 있다. 두란노 박용범 목사 제공

팀 켈러 목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월간 ‘목회와 신학’에 소개된 글을 읽으면서였다. 그 짧은 순간의 감동은 그의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번졌다. ‘팀 켈러의 정의란 무엇인가’(Generous Justice)를 국내 출간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 후 두란노서원에서는 30여권의 책을 출간했고 2018년 드디어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 키 190㎝의 거구였지만 겸손한 팀 켈러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 추억의 파편들을 떠올리며 ‘잠들지 않는 도시이자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세속의 중심지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팀 켈러의 책 번역 출판 책임자로 공식 초청을 받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함께할 수 있었다.

자신이 아닌 하나님을 기억하는 시간을 부탁하다
지난 15일 오후 2시30분(현지 시간)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가 뉴욕 세인트패트릭(St. Patrick) 성당에서 드려졌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켈러 목사는 지난 5월 19일,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나 열린 추모예배에 그를 사랑하는, 전 세계에서 초청된 2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록펠러센터 맞은편에 있는 세인트패트릭 성당은 맨해튼 한가운데에서 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존 F 케네디의 결혼식을 비롯한 뉴욕의 유명 인사들의 행사가 치러지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뉴욕을 사랑하고 9·11 테러 당시 희망과 위로를 건넸던 팀 켈러의 추모예배가 이곳에 열리는 것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팀 켈러는 생전에 자신의 추모예배가 고인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자리이기보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예배의 자리로 만들기를 원했다고 한다. 별세 전 아내 캐시와 추모예배를 구상했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장에는 팀 켈러의 사진이나 영상, 서적 등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시간은 오직 불멸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 그리고 죽음 너머의 부활과 영생의 소망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추모예배 내내 함께 찬양하며 봉독 되는 성경 말씀을 함께 들으며, 우리 인생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통곡에서 춤으로, 깊은 슬픔에서 영원한 기쁨으로 바꾸실 그분을 찬양했다.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인트패트릭 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두란노 박용범 목사 제공

팀 켈러가 직접 구상한 추모예배
추모예배에 앞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을 전주곡으로, 영국 시인 조지 허버트의 시 ‘시간’(Time)과 미국의 부흥 설교가였던 드와이트 무디 목사의 말이 낭독되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내가 죽었다는 부고를 볼 것입니다. 절대 믿지 마십시오. 그 순간 저는 지금보다 더 살아 있을 것입니다. 더 높은 곳에서.” 무디 목사의 말은 켈러 목사의 말처럼 들려왔다.

추모예배는 켈러 목사의 차남 마이클 켈러 목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마이클 목사는 우리가 모인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수년 동안 고인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됨을 감사하며, 둘째 연약한 인생 너머로 우리가 찾아야 할 분은 창조주 하나님임을 고백하는 것이었다. 청중들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위로를 구하며 주기도문을 암송했다.

이어 지난 4월 췌장암 투병 중 켈러 목사가 직접 고른 다섯 곡의 찬송가를 불렀고 죽음과 부활에 관련된 성경 말씀을 봉독했다. 이는 켈러 목사의 부탁에 따른 것이다. 찬송가는 ‘영원히 계시고 보이지 않으시며 지혜로우신 하나님’(Immortal, Invisible, God Only Wise), ‘놀라운 사랑, 어찌 날 위함이온지’(Amazing Love, How Can it Be?), ‘얼마나 굳건한 기반인가’(How Firm a Foundation), ‘예수님이 사시니 나도 살리라’(Jesus Lives and So Shall I), ‘구원받은 천국의 성도들’(For All the Saints, Who from their Labor Rest) 등으로 찬송가 가사의 의미를 각각 듣고 합창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부터 새 하늘과 새 땅의 영광을 담은 찬양이 2000여명의 목소리로 뉴욕 한가운데에 울려 퍼졌다.

찬양 중간중간엔 성경 말씀이 낭독됐다. 봉독은 5개 교회로 분립된 리디머교회 담당 목사 및 대표들이 했다. 해당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14장, 고린도전서 15장, 고린도후서 4장, 로마서 8장, 마가복음 10장 35~45절이었다. 배우 맥스 맥클린(Max McLean)은 C S 루이스의 ‘영광의 무게’와 ‘순전한 기독교’에서 발췌한 글을 읽었으며 ‘가장 연약하고 추한 자를 불멸의 피조물이 되게 하신’ 주님을 찬양했다.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 순서지.

목회자이자 아버지, 남편이자 친구로 기억되다
한 사람의 인생은 수많은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켈러 목사의 첫 목회지에서 만난 성도였던 그레이엄 하월은 켈러 목사와의 개인적인 추억을 나눴다. 하월씨는 켈러 목사 부부가 자신의 깨어진 결혼생활을 구제해 주었을 뿐 아니라 언제나 그들의 집을 열어 주며 상담해 주고 성경을 가르쳐 주며,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기꺼이 휴가 동안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을 소개하며 친구 켈러 목사를 그리워했다. 리디머교회 장로인 글렌 클라인크넥트는 팀 켈러의 뉴욕 교회 개척을 독려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리디머교회의 탄생과 목회자로서의 팀을 추억했다.

부활의 소망을 담은 빨간 색 옷을 입은 아내인 캐시 켈러(Kathy Keller)는 “남편은 무덤 속이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있으며, 이 예배가 기쁨의 축제이며 남편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좋은 곳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들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버지가 늘 격려하며 응원하는 분이었음을 추억했고, 막내아들 조너선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담은 기도로 마무리했다.

이어 영국 출신 목사로 작가와 강연자로 활동 중인 샘 올베리는 설교에서 “팀 켈러는 예수님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순서는 마이클 목사의 인사와 기도, 축도로 마무리됐다. 폐회 찬송으로는 ‘구원자 주 예수’(There is a redeemer)라는 찬양을 목청껏 외치며 예배를 마쳤다. 팀 켈러와 아내 캐시 켈러가 원하는 대로 예배는 하나님을 기억하며 부활의 소망을 바라며 기쁨의 축제로 마무리됐다.

그래도 여전히 슬프다
팀 켈러 목사를 생각하면 몇 단어가 떠오른다. 탈기독교시대, 세속 사회, 도시 복음화, 상황화, 그리고 이웃 사랑이다. 그를 만난 것은 나에게 선물이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 시대를 가늠하게 해주었고, 이 세속 사회에서 어떻게 크리스천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사랑하며 그 도시 속에서 상황화의 지혜를 가르쳐 주었고, 나의 이웃들을 위해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를 말해 준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팀 켈러를 회상하며 개인적으로 항상 좋았던 부분은 누구나 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기독학생회(IVF)와 보스턴의 지성주의자였던 팀 켈러는 첫 목회지로 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던 호프웰 지역에서 9년간 목회하면서 많은 충돌을 겪었다고 한다. 이 시간이 아마도 팀 켈러에게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그들의 언어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훈련받은 덕분에 뉴욕 리디머교회에서 그의 사역은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맨해튼의 수많은 방황하는 젊은 지성인들을 예수께로 인도하고,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에서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질 수 있었던 건 그가 평생 복음을 위해 살고 달려왔기 때문이리라. 자신의 추모예배까지 ‘복음의, 복음에 의한, 복음을 위한’ 삶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던 그의 마음에서 이를 오롯이 엿볼 수 있었다.

아내 캐시의 말처럼 기쁨의 축제로 그를 보내 주자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슬프다. 추모예배 옆자리에 한 미국 여성이 연신 훌쩍거렸다. 앨리슨 체이니라는 이 여성은 켈러 목사를 통해 예수를 믿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 부모님을 떠나보낸 나 역시 여전히 켈러 목사의 죽음과 그를 떠나보냄이 가슴 한편에 응어리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도에게는 죽음 너머 부활이 있음에 감사하며 다시 한번 구원자 주 예수께서 있음(There is a redeemer)을 바라본다.

예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도하게 된다. 맨해튼의 콘크리트 빌딩 사각형 격자 도로 사이로 사선의 브로드웨이가 관통하듯, 단단한 세속 사회를 예수의 복음이 온전히 관통하는 그 날을 기대하며 기도한다.

권옥경 두란노 출판3부 부장이 지난 15일 팀 켈러 목사 추모예배를 마치고 미국 뉴욕 세인트패트릭 성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란노 박용범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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