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보다 2배 물부족, 식량안보 위험”…기후변화 경고한 감사원
“과거 기상패턴이 재현된다는 가정에 기반”“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물·식량 분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에 수차례 등장하는 정부 지적사항 중 일부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를 대상으로 정부 부처의 기후 변화 대응 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각 부처 정책에 적용했다. 감사원은 정부가 과거 통계와 관성에 의존해 기후변화가 초래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2021년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을 의결하며 1966년~2018년의 하천 유량 패턴이 재현될 것이란 단순한 가정에 기반해 미래 물 수급을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수자원공사 등의 도움을 받아 IPCC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국내 물수급시뮬레이션을 다시 한 결과 앞선 환경부의 예측보다 향후 2배 이상의 물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제1차 국가물관리계획상 물 부족 예측치는 과거 최대 가뭄 기준 연간 2.56억㎥이었는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한 물 부족량은 연간 5.80억㎥에서 최대 6.26억㎥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대규모 물 수요가 발생하는 산업단지 조성업무 계획 단계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대비책을 고려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감사원이 최근 3년(2020년~2022년)간 지정된 208개 산업단지에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적용한 결과 생활·공업용수 부족이 예측되는 21개 지역 내에서 44개의 산업단지가 조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농촌용수개발사업도 기후변화를 고려되지 않아,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되는 112개 지역 중 54개(48.2%) 지역이 최근 10년간(2013~2022년)의 사업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식량안보에 대한 경고음도 울렸다. 농식품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쌀 생산성을 토대로 목표 재배면적을 설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별도의 국제 곡물 수급 대응 시나리오도 갖추지 못했다. 감사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쌀 생산성을 재산정한 결과 쌀 생산성은 당초 농식품부가 산정한 쌀 단위면적(10a)당 526kg보다 적은 단위면적당 457kg이었다. 감사원은 기후변화에 따라 주요 국제 곡물의 생산량 감소할 가능성이 커 “식량 안보 위험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수부도 해수 온도 변화 등 기후변화 요소를 반영하지 않은채 수산자원 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지시로 2021년 12월부터 미래 위험요인에 대응한 중장기 감사로드맵을 수립해 기후변화 관련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전문 용역을 의뢰하고 분야별 협의체(중앙부처·산하 공공기관·국책연구기관·학계)를 구성해 감사의 전문성을 높였다. 또한 감사 결과에 대해 유관 학계의 검증 자문도 거쳤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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