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롱거리 전락" 김명수 체제 직격했던 '보수 법관' 이균용
이균용(61·사법연수원 16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 임명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후 6년 만에 다시 보수 대법원장 시대가 열리게 된다. 임명에 이르려면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후보자는 1990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용된 후 법원 내 주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과 대전고법의 법원장을 역임했다. 전·현직 법관과 학자들의 학술단체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2021년 대전고법 원장 취임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해 화제가 됐다.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한 것이다. “정치권력, 여론몰이꾼, 내부 간섭 등 부당한 영향에 의연한 자세로 용기 있는 사법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도 했었다.
그는 특히 “헌법 1조 2항에 기초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말은 집단적인 감정 표출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국민 정서’나 ‘국민의 의사’를 내세워 어떤 편향된 주장을 실정법에 우선시하려는 위험한 여론몰이가 온 사회를 뒤흔들고 법원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은 법의 지배를 실현한다는 ‘불변의 이념’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대응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공정하고 충실한 재판 절차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외길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취임사가 회자되자 “누군가는 해야할 말을 했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과 같은 부산 출신으로 개인적으로는 서로 잘 아는 사이다. 한 판사는 “이 후보자는 그만큼 개인적인 친소 관계에 얽매임 없이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내고, 이후 대장동 개발 의혹의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취업해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사석에서 매우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 후보자는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 고전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을 필독서로 꼽을 만큼 이념적 정체성도 분명한 편이다. 현 대법원의 진보 성향 대법관들이 내린 노동 사건 판결에 대해서는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판사라면 경제학을 잘 알아야 국민 실생활에 혼란을 주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은 없지만 법원장을 두 차례 역임하며 사법행정에도 밝은 편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유능한 판사들이 격무와 자긍심 훼손으로 대거 사직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일본의 경우 아예 헌법에 법관 급여가 명시된 사례를 들며 법관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게이오대 유학파 출신으로 법원 내 대표적인 ‘일본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화제다. 1990년대 초반 윤 대통령이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해 3년차 검사로 춘천지검 강릉지청에 근무할 때, 이 후보자는 연수원 동기로 당시 강릉지원에 근무하던 문강배 변호사를 매개로 윤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이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1년 후배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 “제 친한 친구와 (윤 대통령이) 친한 친구“라며“(나도) 친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대법원장으로 지명되기 이틀 전 모친상을 당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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