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벅차 올랐다" 강제키스 논란 스페인 축협회장 공식 사과

"동의 없는 신체 접촉" 질타 이어져
사상 첫 女월드컵 우승 분위기 찬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자국 선수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강제 키스' 논란을 일으킨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공식 사과했다.

21일(현지시간)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가 ESPN 등 매체에 공개한 영상을 통해 "실수를 저질렀다"며 "당시 감정이 벅차올랐다.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밖에서는 파장이 커졌다. 그 장면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해 난 사과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 배우고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모소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뒤늦게 수습 나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그런데 이어진 시상식 도중 루비알레스 회장이 단상으로 올라온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기습 입맞춤을 당한 뒤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밝히는 장면이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돼 파장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친밀함의 표현이었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을 뒤늦게 두둔했다.

에르모소는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며 "회장과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요 외신들은 루비알레스의 행동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인 만큼 광범위하게 보면 성폭력에 가깝다고 일제히 질타했다.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엑스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구설 잦은 루비알레스 회장

루비알레스 회장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주축 선수 15명이 돌연 현 수장인 호르헤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이 강압적이라며 반발해 '보이콧' 의사를 보였다. 당시 선수들의 반발에도 빌다 감독이 자리를 지키도록 굳건한 신뢰를 보인 인물이 루비알레스 회장이었다.

다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자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방한 당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녀 대표팀이 차별이라고 느끼는 부분 없이 나란히 나아가는 게 스페인 축구의 목표"라고 밝혔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자국 대표팀이 대단한 성과를 냈는데도, 자기 행동 탓에 불거진 논란이 더 주목받아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 우리 역사에서 여자축구가 거둔 가장 대단한 성공이라서 더욱 슬프다. (남녀를 통틀어) 스페인의 두 번째 우승을 축하하려는데, 이 사태가 영향을 줬다"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