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X염혜란X이준영, '마스크걸'에서 연기 차력쇼 벌인 빌런 3인방
*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의 내용이 일부 포함된 기사입니다.
이미 원작 웹툰과의 캐릭터 싱크로율이 높은 것으로 입소문이 난 〈마스크걸〉에서도 주오남은 독보적입니다. 주인공 김모미(이한별)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인물로, 이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추남'입니다. 집에서는 직접 이름을 붙인 리얼돌과 연인 놀이를 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지다 못해 종종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어를 사용하곤 하죠. 외형이나 성격 뿐만 아니라 내용 상으로도 웹툰 연재 당시부터 '극혐' 캐릭터였어요.
아무리 배우라지만 덥썩 맡기가 쉽지 않았을 이 캐릭터를 안재홍이 선보였습니다. 예고편에 단 1초 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주오남 특유의 버석한 피부, 퉁퉁한 체형, 두피가 훤히 보이는 모발 상태까지 소름 돋게 재현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스크걸〉이 안재홍의 은퇴작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마스크걸〉 정식 공개 이후 반응은 더 뜨거워졌습니다. 주오남 캐릭터를 삼킨 듯한 신들린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안재홍의 앞날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심지어는 뭇 여성들을 경악하게 만든 상상 고백 장면의 '아이시떼루요(사랑해요)'는 안재홍의 제안으로 변경된 대사라고 해요. 더 놀라운 건, 안재홍이 '음침 오타쿠' 주오남과 영화 〈리바운드〉의 열혈 청년 강코치를 동시에 촬영했다는 점이군요.
염혜란은 〈마스크걸〉 속 주오남의 엄마이자 김모미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김경자 캐릭터를 통해 또 한 번의 '연기 차력쇼'를 선보였습니다. 그가 여태껏 맡은 엄마 역할만 해도 한양 엄마, 상수 엄마, 민영 엄마, 선아 엄마에 오남이 엄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합니다. 그는 '엄마' 캐릭터의 전형성 속에서도 놀랍도록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며 극 몰입도를 높여 왔죠.
〈마스크걸〉에서는 그릇된 모성애로 아들을 통제하는 엄마이자, 그 아들을 죽인 인물에게 끝까지 복수하려는 빌런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습니다. 단순히 생각해 봐도, 주인공 김모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명의 배우가 연기했고 주요 빌런들은 모종의 이유로 극 중에서 사라졌지만 김경자는 줄곧 염혜란이었어요. 그가 〈마스크걸〉의 최종 빌런이라는 뜻이죠. 7화 내내 안재홍 만큼 몸을 아끼지 않는 분장은 물론이고, 연기가 아닌 것 같은 살벌한 연기력은 보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의 수겸 학생이 〈마스크걸〉에서 데이트폭력남으로 변신했습니다. 극 중 최부용 캐릭터를 맡은 이준영이 아이돌 유키스의 '준'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 배우로 전향한 후 그가 선보인 배역들이 하나 같이 심상치 않고 강렬했기 때문일 거예요. 직전의 넷플릭스 작품인 〈D.P.〉에서도 여자를 등쳐 먹는 복서 출신의 호스트 정현민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의 여지 따윈 없는 완벽한 악당으로 기능했거든요.
〈마스크걸〉에서 이준영이 연기한 최부용도 잘생긴 외모로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역할이지만 좀 더 복잡한 서사가 주어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던 과거를 묻어두고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이를 폭로당하며 연예계에서 쫓겨난 인물입니다. 새 삶을 살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불쌍해 보일 틈이라도 있겠지만 최부용은 끝까지 변하지 않죠. 학생 때 ATM이라 불렀던 김춘애(한재이)의 집에 얹혀 살며 이것저것 축내는데 심지어 폭력적이기까지 합니다. 역시나 쉽지 않았을 캐릭터를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 연기한 이준영은 특별출연임에도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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