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기후위기와 ‘도시 재구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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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빠른 세상에 살다 보니 어느덧 2010년대는 역사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른 회고를 해보자면 2010년대를 풍미한 유행 중에 도시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시를 소비 공간으로 여겼던 2010년대의 도시 재발견과는 달리 이제는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점차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향하는 2020년대는 이렇듯 관점 자체가 달라진 '도시 재구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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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변화가 빠른 세상에 살다 보니 어느덧 2010년대는 역사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른 회고를 해보자면 2010년대를 풍미한 유행 중에 도시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시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도시에 대한 관심이 큰 시대였다. 한국에서도 오래된 도심 지역 답사가 유행이었고, 걷기 좋은 도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르면 순식간에 유명해지기도 했다.
신세대 사업가들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이른바 ‘힙’’ 카페, 식당, 가게 등을 차렸고, 이로 인해 ‘뉴트로’ 감수성이 천지에 범람했다. 핫플레이스로 성장한 지역은 빠른 상업화를 통한 임대료 상승으로 오히려 유행을 주도한 초기 가게 주인들과 오래 살던 주민들을 떠나게 하는, 한국에서는 유례가 없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졌다.
오래된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도 진행되었다. 한쪽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또 다른 쪽에서는 재개발이 앞다퉈 이루어졌던 셈이다. 그러자 서울을 비롯해 여러 지자체에서 무조건적인 개발 대신 ‘도시 재생’ 정책을 통한 대안 마련을 내세우기도 했다. 성공한 사례가 몇몇 없지는 않으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보다 더 극심한 젠트리피케이션의 사례는 매우 많다. 미국만 해도 인구수가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로 나갈 무렵 도시에 사는 게 유행이었다. 오래된 지역마다 주거 중심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었고, 임대 주택에 살던 이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런던 역시 심각했다. 주요 도시들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금하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던 도시들일수록 그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잘 나가던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인구가 갑자기 줄어든 것도 이런 현상의 일환이다. 일상은 점차 회복해가고 있고 아울러 도시 역시 회복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역사는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법. 도시 재발견의 시대는 이미 흘러갔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010년대 도시의 다양한 취향을 즐긴 젊은 세대들은 어느덧 가족을 이루고 직장에서도 가장 바쁜 나이가 되어 새로 문을 연 수제 맥주집에 가고 싶어도 예전처럼 쉽지 않다. 도시 답사를 즐겼던 이들은 이미 걸을 만한 곳들은 다 걸어봤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선진국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힙’한 취향을 찾는 새로운 젊은이들의 인구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그 시절 도시에 관심을 보인 이들의 시선은 자연을 향하고 있다. 이런 관심사의 반영으로 도시 안에서도 자연 공간, 특히 산책하기 좋은 선형 공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은퇴 후 자연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이도 부쩍 늘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재난이 급증하면서 도시 인프라의 취약점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핵심인 탄소 배출 감소와 재난 방지라는 인식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의 도시가 기후변화의 현실과 미래를 대비하는 것으로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를 소비 공간으로 여겼던 2010년대의 도시 재발견과는 달리 이제는 지속가능한 삶의 공간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점차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향하는 2020년대는 이렇듯 관점 자체가 달라진 ‘도시 재구성’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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