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광역1 번지' 다음 스텝…아트에 공들이는 이유
'고객 일상에 예술적 영감' 채널 차별화 효과
'아트 리테일'을 표방한 신세계가 문화예술 콘텐츠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를 고객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 접점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50년 전부터 갤러리를 선보이며 유명 미술관 못지않은 큐레이션 역량을 강화한 점 등 그간 쌓아온 문화예술 경쟁력을 앞세워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팝업도 미술관처럼"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27일까지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디자인으로 담은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의 가방을 팝업스토어를 통해 선보인다. 르네 마그리트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델보가 아시아 단독 상품으로 론칭한 '마그리트 캡슐 컬렉션'이다.
신세계는 이번 팝업을 위해 1층 중앙 더 스테이지를 르네 마그리트 작품 전시회처럼 꾸몄다. 르네 마그리트가 꿈을 표현하기 위해 작품에 자주 그렸던 하늘과 구름을 상징하는 하늘색을 배경으로, '사람의 아들', '레슬러의 무덤' 등 작품 속 상징적 조형물인 사과와 장미를 대형 오브제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쇼핑과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하는 이같은 시도를 통해 문화예술이 고객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다는 포부다. 미래형 백화점의 필수 요소로 꼽히는 차별화된 콘텐츠로서도 아트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 '여러 가지 상품을 갖춰 놓고 파는 곳'이라는 기존 백화점의 정의를 넘어서기 위해 각 지역 핵심지에 대규모 백화점을 두고 명품 등을 차별화된 브랜드를 유치하는 '광역 1번지' 전략을 펼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매출 2조8399억원을 기록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전국 1위를 넘어 글로벌 수위권 백화점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스텝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것이 문화예술 콘텐츠다. 온·오프라인 다양한 채널에서 기존엔 백화점이 주로 다뤘던 명품 등 고급 소비재를 대부분 취급하는 상황에서 채널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특별한, 남들과는 다른 문화 향유가 가능한 백화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명품과 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쇼핑 공간"
신세계가 핵심 콘텐츠로 문화예술을 선택하게 된 데는 역사적인 배경도 자리하고 있다. 신세계는 1969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갤러리 공간을 선보였다. 이후 김환기, 피카소 등 다양한 국내외 유명 작가 전시와 크리스티, 소더비와 같은 세계적인 미술 경매 프리뷰 행사 등을 선보이며 경험을 확장했다. 2007년 신세계 본점 트리니티 가든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아이벤치', 헨리 무어의 '와상: 아치형의 다리'를 설치한 데에 이어, 전시 외에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인테리어, 굿즈 등을 선보였다.
이명희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생활미술학,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해 관련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점도 신세계가 문화예술 콘텐츠를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 무엇보다 '고객의 일상에 에술적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슬로건이 대변하는 미래 백화점이 나아갈 장기적 비전 면에서 문화예술 강화가 필요했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특히 강남점을 문화예술의 허브로 키우고 있다. 2020년 강남점 3층에 아트 스페이스를 만들고 명품과 예술이 함께 만나는 공간을 마련했다. 업계 최초로 회화, 오브제, 사진, 조각작품 등 작품 250여점을 전시·판매하며 쇼핑을 넘은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었다. 같은 해 시작한 '블라썸 아트페어'는 고객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자 마련된 행사로 신세계갤러리가 작가와 작품을 엄선해 전시한다. 아트페어 기간엔 작품 해설과 함께 구매를 돕는 아트 컨설팅도 진행한다. 백화점의 품격을 높여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구조다.
지난해 업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강남점 중층(Mezzanine)에선 김창렬 화백을 비롯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메자닌 갤러리'와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11층 옥상정원에 미술계 블루칩 김우진 작가의 야외 특별 전시도 선보이는 등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임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부사장)은 "이번 델보 팝업을 비롯해 문화예술을 즐기는 고객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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