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 월드컵 우승 후 선수에게 '강제 키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의 '찜찜한 사과'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스페인의 사상 첫 여자 월드컵 우승 후 기뻐하던 자국 선수 헤니페 에르모소에게 기습적으로 입을 맞춰 논란이 됐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사과 영상을 올렸다.

21일(현지시간)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가 현지 매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내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어 사과하려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기뻐야 할 날을 더럽혔다"며 선수에게 강제로 키스한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했다.

스페인이 사상 첫 여자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20일 열렸던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독일 이후 두 번째로 남녀 축구대표팀이 모두 월드컵을 거머쥐는 경사를 맛봤다.

그러나 기뻐야 할 행사를 망친 인물이 있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월드컵을 차지한 자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나눠주다가 기습적으로 에르모소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는 "그 행동이 싫었다. 어쩌겠는가"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미켈 이케타 스페인 스포츠부 장관 대행은 이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그는 스페인 언론 '코프'를 통해 "에르모소에게 입을 맞춘 것은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본 사람들은 멍청이들이다. 무시하고 기쁨을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가 제공한 논평을 통해 "월드컵 우승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행동이었다. 회장의 행동에는 감동과 감사함이 담겨있었다"며 해당 사건이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덮어버리지 않기를 바랐다. 일부 사람들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다른 선수들에게 비슷한 행동을 했다며 그에게 부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고,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과했다. "내 행동이 불편했던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만약 그것이 다르게 비춰졌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양보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우리는 그 입맞춤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이고, 다른 의도가 없는 것으로 느꼈다. 에르모소와는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행동은 정말 즉흥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1일 오후 9시경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과 함께 스페인에 도착해 퍼레이드 행사를 즐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르카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