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뱅이 내각"…김정은, 北 침수지역 찾아 대노한 이유

장희준 2023. 8.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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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지역을 찾아 김덕훈 내각총리를 거친 언사로 비난했다.

'수령의 무오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에서 경제난은 물론, 침수 피해까지 간부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간부들을 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김덕훈 총리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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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지역 찾아 총리 맹비난…'인사 조치' 예고
"극심하게 문란" "정치 미숙아" 막말까지
경제난 책임 회피 의도…北 5개년 계획 난항 겪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규모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지역을 찾아 김덕훈 내각총리를 거친 언사로 비난했다. '수령의 무오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북한에서 경제난은 물론, 침수 피해까지 간부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쌀 생산 증대를 위해 주력해온 간석지가 침수됐다는 것은 3년 차에 접어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순탄치 않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그는 팔을 걷어붙인 채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른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중앙기관의 책임 일군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다"며 자신이 직접 현장을 살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배수 구조물 설치 공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간부들을 비난하면서 그 책임을 김덕훈 총리에게 돌렸다. 그는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며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장에 능수능란한 북한 관영매체가 제방이 터진 사진까지 여과 없이 공개한 점도 다소 이례적이다. 간부들의 잘못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비난의 근거를 제시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내각총리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사 개편까지 예고했다.

김덕훈 총리는 2020년 북한 간부 진영에선 나름 젊은 축인 59세의 나이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권력의 정점으로 꼽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하나로, '김정은 최측근'을 상징하는 가죽 롱코트를 걸친 채 현장 시찰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특히 주요 행사 때마다 김정은 다음으로 호명되는 경우도 잦아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간석지 피해복구 현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최측근을 노골적인 언사로 맹공격한 것은 실적에 따라 내치고 들여오는 특유의 '회전문 인사'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비난을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공개한 것은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한 책임을 간부들에 돌리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무오류성'을 보여야 할 최고지도자는 잘못이 없고, 간부들 탓에 어려운 사정이 초래됐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실제 김 총리뿐만 아니라 일반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 검열도 예고됐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 저능아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처벌을 주문했다. 또 "간석지 건설국장은 공급받은 연유를 떼 몰래 은닉해놓는 행위까지 했다는데 정말 틀려먹은 것들"이라며 비리 정황을 직접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현지 지도는 최고 수준의 질책과 대대적인 처벌을 경고한 매우 보기 드문 현상으로, 내각 지도부 개편은 확실해 보인다"며 "김정은이 '먹는 문제'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이자, 줄기차게 목표 달성을 강조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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