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더욱 강해진 류현진의 '3단 변신'

양형석 2023. 8. 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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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어깨-팔꿈치 수술 후에도 빅리그에서 경쟁력 유지하는 '코리안 몬스터'

[양형석 기자]

지난 2003년에 개장한 신시내티 레즈의 홈구장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크지 않은 구장의 규모와 홈에서 외야로 부는 바람의 방향 때문에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는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필드와 개장한 지 100년이 넘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 파크 다음으로 타자들에게 유리하고 반대로 투수들에게는 불리한 구장이다.

21일에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에서도 양 팀 합쳐 도합 6개의 홈런과 13개의 장타가 나왔다. 하지만 토론토의 선발 류현진은 LA다저스 시절이던 2019년 5월 20일 이후 4년3개월 만에 등판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마운드에서 신시내티 타선을 산발 4피안타1볼넷7탈삼진 비자책2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신시내티 타선은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은커녕 단 하나의 장타도 때리지 못했다. 

최근 3경기에서 14이닝 연속 무자책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은 빅리그 복귀전을 마쳤을 때 7.20이었던 평균자책점을 1.89까지 낮췄다. 복귀 후 단 4경기 만에 토론토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시절의 위용을 되찾은 것이다. 빅리그 진출 후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은 수술 후 복귀할 때마다 투구스타일에 변화를 주며 상대 타자들이 더욱 공략하기 힘든 유형의 까다로운 투수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 시카고 컵스전 역투하는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1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 1회에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5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비자책) 하는 호투를 보이며 팀의 11-4 승리에 기여했다.
ⓒ 토론토 AP=연합뉴스
 
빅리그에서도 최고였던 류현진의 체인지업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활약했던 7년 동안 5번이나 탈삼진 타이틀을 차했을 정도로 리그 최고의 파워피처였다. 하지만 2013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됐다. 게다가 그 시절 다저스에는 사이영상 수상 경험이 있는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비롯해 크리스 카푸아노, 조쉬 베켓,테드 릴리 등 쟁쟁한 선발 후보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류현진은 안정된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14승으로 기록, 커쇼와 그레인키에 이어 다저스의 3선발로 맹활약했다. 무엇보다 2013년 192이닝에 이어 2014년에도 152이닝을 소화하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준 것이 다저스에게 큰 힘이 됐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과 비교해 자신의 투구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초기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커브와 슬라이더를 간간이 섞어 던졌다. 특히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걸치기도 하고 스크라이크존으로 오다가 떨어지기도 하는 주무기 체인지업은 4번의 내셔널리그 올스타와 2008년 월드시리즈 MVP에 빛나는 특급 좌완 콜 해멀스의 체인지업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 받았다. 위력적인 체인지업은 좌완 류현진이 빅리그의 쟁쟁한 우타자들를 상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평균 시속 145~148km, 최고 시속 150km~153km 사이를 오가던 빠른 공 역시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물론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텍사스 레인저스) 같은 광속구 투수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 변화구와 섞어 던지는 류현진의 속구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도 충분히 빠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류현진은 속구와 체인지업의 조합을 앞세워 빅리그에서도 2년 간 엘리트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어깨 수술 후 커터 장착하며 찾아온 전성기

하지만 KBO리그에서 7년 동안 1269이닝, 메이저리그에서 2년 동안 344이닝을 던진 류현진은 어깨에 이상신호가 왔고 결국 그 해 5월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게 됐다. 2002년 이후 10년 간 이 수술을 받은 67명의 선수 중에서 복귀 후 50이닝도 채 던지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가 무려 58.2%(39명)에 달할 정도로 선수생활을 걸어야 하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수술 후 두 시즌 동안 1경기에서 4.2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류현진은 2017년 부상을 떨치고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25경기에서 5승9패 평균자책점3.77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에는 3승 무패 2.12로 좋은 초반을 보내다가 5월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2회 투구도중 왼쪽 사타구니 부상으로 조기 강판되면서 그대로 전반기 아웃됐다. 그렇게 불운이 이어지는 듯 했던 류현진은 그 해 8월 '커터'라는 신무기를 들고 복귀하며 두 번째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2018년 8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3피안타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복귀를 알린 류현진은 2018년 후반기에만 9경기에서 4승3패1.88이라는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그리고 2019년에는 14승5패2.32로 평균자책점 빅리그 전체 1위와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발투수,사이영상 투표 2위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류현진은 토론토로 이적한 2020년에도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류현진이 어깨 수술 후 더욱 뛰어난 투수로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새로 장착한 커터의 힘이 컸다. 류현진은 속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 살짝 변화가 있는 커터의 구사비율을 높이면서 상대 타자들의 선택지를 4가지로 늘리며 더욱 큰 혼란을 줬다. 무엇보다 류현진은 같은 구종을 던지면서도 스피드와 위치에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을 속였고 어깨수술 후 성적이 더욱 좋아진 흔치 않은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커브 비중 늘린 류현진, 결과는 대성공

처음 이 수술을 받은 투수의 이름을 따 '토미 존 서저리'로 부르기 시작한 팔꿈치 내측 인대 재건수술은 과거엔 선수생명을 걸어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의학의 발달로 재활과정만 잘 거치면 성공확률이 꽤 높은 수술이 됐다. 실제로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후 구속증가 효과를 누린 투수들도 적지 않다. 동산고 2학년 시절에 이 수술을 받았던 류현진 역시 수술 복귀 후 구위가 더욱 좋아진 대표적인 투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작년 커리어 두 번째로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류현진은 이번엔 비약적인 구속 증가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수술 전보다 구속이 떨어져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좋은 공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한 복귀전에서 5이닝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류현진은 두 번째 등판부터 투구패턴에 변화를 줬다. 빠른 공의 비중을 줄이고 오히려 '더 느린 공'을 통해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빠른 공의 비중을 줄이고 커브의 비중을 늘린 류현진은 상대타자들을 영리하게 상대하면서 투구내용이 급격히 좋아졌다. 실제로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5이닝 동안 10개의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의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던 류현진은 최근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하드히트를 단 6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의 느린 공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 이후 더 이상 빠른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것인지 아니면 눈 앞의 성적을 위해 아직 완전하지 않은 빠른 공을 스스로 '봉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메이저리그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된 류현진이 올해도 여전히 뛰어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야구팬들 역시 매 경기 상대타자들에게 투구강의를 하는 '만랩투수'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즐거움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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