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봉급"에 美백인 홀렸다…자동차서 살던 무명가수 돌풍

미국의 공장 노동자 출신 무명 가수가 데뷔곡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데뷔와 함께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열창하고 있는 올리버 앤서니.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등은 21일(현지시간) 올리버 앤서니의 노래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가 테일러 스위프트와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대형 스타들의 노래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종일 일하며 영혼을 팔고 있다, 하찮은 봉급에 초과근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는 ‘정치인들이 어딘가 섬에 사는 소수자가 아니라 광부도 돌봐주면 좋겠다’ 같은 정치적 색채를 띤 내용도 담고 있다.

앤서니의 티셔츠 뒤에 새겨진 문구는 "In Oliver We Trust". 미국 1달러 지폐에 새겨진 문구 "In God We trust"를 패러디한 문구다. 빛바랜 성조기도 눈길을 끈다. AP=연합뉴스

올리버 앤서니의 공연장. 객석에서 유색인종을 찾아보기 힘들다. 앤서니의 노래는 몰락한 미국 백인 중산층을 정서적으로 대변한다. AP=연합뉴스

노래는 미국 남부와 중서부 백인에게 사랑을 받는 컨트리 장르다. 보수적인 사람들이 즐겨 듣는 장르다.

덮수룩한 수염을 기른채 허름한 녹색 티셔츠를 입고 별다른 카메라 워크도 없이 담담한 화면으로 이뤄진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2일 만에 조회수 3000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순위 집계 기간 동안 이 노래는 다운로드 14만7000건, 스트리밍 1750만건을 기록했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가수 올리버 앤서니는 얼마 전까지 집이 아닌 자동차를 숙소로 삼고 있었다. 빌보드에 따르면 과거 어떠한 차트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가수의 노래가 1위로 데뷔한 것은 올리버 앤서니가 처음이다.

버지니아주(州)의 외딴 마을 출신인 앤서니는 17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했지만, 업무 중 두개골이 골절되는 사고를 겪은 뒤 10년 가까이 일용직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800만 달러(약 107억 원)에 계약하자는 업계의 제안을 거부한 그는 “유명해지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앤서니는 백인 보수층 노동자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내 정치적 성향은 중도”라고 밝혔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