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브로 앤 마블'PD "이승기 가발투혼 고마워…역주행 예감"

이이슬 2023. 8. 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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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희 PD 인터뷰
티빙 8부작 '브로 앤 마블'
예능인·배우·아이돌 특급 라인업
문화 달라도 웃음 통해…글로벌 인기
'브로 앤 마블' 스틸[사진제공=티빙]

예능 대세들이 두바이에 모여 보드게임판을 펼친다. 두 절친이 짝을 이루고,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한다. 도착한 도시는 실제 두바이 화폐인 디르함(AED)으로 살 수 있다. 통행료도 받고, 또 실제 여행도 가능하다. 무인도에 갇히면 더블이 나오기 전까지 탈출이 불가하다.

출연진도 그야말로 핫(HOT)하다. 배우 이승기가 진행자 뱅커로 중심을 잡고, 유연석·조규현, 지석진(조세호)·이동휘, 세븐틴 조슈아·호시가 짝을 이뤄 참여한다.

예능판 부루마블, 모노폴리를 연상시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브로 앤 마블'은 지난달 21일부터 매주 금요일 공개돼 오는 25일 8부작을 끝으로 전회차가 공개된다. 여행과 게임을 결합한 버라이어티로 재미와 볼거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티빙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홍희 PD는 "출연자들이 주사위를 굴릴 때마다 제작진도 피가 말랐다"며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해 제작진은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연출했다고 밝혔다. 실제 출연자들이 게임에 집중하도록 개입을 최소화하고, 몰입하게 만들어야 진정성이 유지된다고 봐서다.

이홍희 PD[사진제공=티빙]

이 PD는 "중간에 개입해서 출연진을 향해 '주사위 한 번만 다시 던지세요' '분량이 안 나와요' 라고 하는 순간 몰입은 깨진다. 여행과 접목한 프로그램이면서 우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이다. 별도 요청이나 방향성을 잡는 등 개입하거나 몰입감을 깨는 언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브로가 굴린 주사위 수만큼 말을 이동하는 형식이기에 철저히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게임판에 적힌 장소 대관 등 현실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묻자 이 PD는 "누가, 언제 갈지 모르는 변수가 따랐다. 출연진도 제작진도 모두 운에 맡겼다. 큰 틀 안에서 예상하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두바이는 이슬람 국가다. 비용도 천문학적이고 대부분의 장소가 사전 허가 없이 촬영이 불가하다. 연출, 작가진이 100번 이상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준비했다. 부르즈 할리파나 헬기 투어, 버즈 알 아랍도 언제 갈지 알 수가 없었다. 높은 확률의 행동을 예측하되 운에 맡기고 기다렸다"고 했다.

3회에서 지석진·이동휘는 조슈아·호시와 골드라인 베르사체 호텔로 향했다. 1박 숙박료가 3000만원에 달하는 스위트룸을 찾은 이들은 전용 수영장을 즐기고 룸서비스에서 80만원을 사용하며 여행을 누렸다.

이 PD는 "3~4일 정도 예약을 미리 잡아놓을 경우 비용이 올라간다. 첫날에는 야외로 갈 거라고 예상해서 이튿날 예약을 잡아놨는데, 운 좋게도 잡아놓은 날에 가게 됐다"고 떠올렸다.

'브로 앤 마블' 스틸[사진제공=티빙]

3회에서 뱅커 이승기가 참여하면서 극을 활기를 띤다. 독박 콘셉트가 변수로 작용하며 버라이어티의 꽃인 복불복 게임이 주는 재미도 상당하다. 이홍희 PD는 조연출 시절 '꽃보다 누나' '집사부일체' '라운드' 등에서 이승기와 함께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안다. 이승기는 이 PD에게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기획안을 달라"고 했다. "뭐라도 도와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PD는 "선배 나영석 PD 팀에서 막내 시절, 처음 만든 영상이 이승기 티저 예고편이었다. 당시 '꽃보다 누나'를 통해 이승기가 여행에서 어떤 모습인지 알았고, 재밌었다. 서로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요구하는 바도 빠르게 파악한다. 이승기가 연출자의 말을 잘 수용해주고 출연자들을 이끌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촬영에 앞서 영화 촬영차 삭발을 한 이승기는 가발을 쓰고 '브로 앤 마블' 녹화에 나섰다. 이승기의 가발을 훔치는 미션이 등장해 웃음을 주더니, 3회에서 요트를 타고 무인도로 이동하던 중 가발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으로 연이어 재미를 줬다. 결국 그는 가발을 벗고 본래 머리 스타일로 이후 회차에 등장해 큰 웃음을 이끌었다.

이 PD는 "이승기가 언젠가 가발을 벗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왔다. 계속 '언제 벗지' 하더니 요트에서 벗더라. 고마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굳이 카메라 앞에서 가발을 벗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한 몸 희생해서 웃음을 주는 자세가 프로페셔널했다. 연출자 입장에서 요구하지 않아도 재미를 위해 웃음 분량을 확보해주는 출연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출연자가 주요 콘텐츠가 된 시대. 캐스팅도 중요했다. 이승기가 진행자로 중심을 잡고, 지석진·조세호·규현을 비롯한 예능 강자들이 포진했다. 여기에 뉴 페이스 배우 유연석·이동휘가 가세하고, 그룹 세븐틴 멤버 호시·조슈아가 젊은 피로 합류했다.

이동휘와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연이 됐다. 이홍희 PD가 조연출 시절, 선임이었던 나영석 PD가 드라마 포상 휴가차 떠난 '꽃보다 청춘'을 연출한 바. 당시 업무를 도우면서 출연 배우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동휘에 관해 이 PD는 "사석에서 더 재밌는 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동휘는 출연 제안 당시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공개를 앞두고 한창 바빴다. 제안했는데 흔쾌히 '네가 하면 해야지'라고 출연 의사를 밝혔다. '정말이냐'고 몇번을 되물었다"고 말했다.

유연석도 주로 영화·드라마를 무대로 활동해온 배우다. '브로 앤 마블'을 통해 예능 콘텐츠 첫 고정 출연에 나섰다.

이 PD는 "규현과 만나서 누구랑 브로 팀으로 출연하고 싶은지 묻자 유연석 이름이 나왔다. 워낙 인맥이 넓은 가수라서 대략 누굴 추천할지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당시 유연석은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하고 있을 때였다. 멜로 장인을 섭외해도 되나 싶었는데 흔쾌히 '재밌겠다'고 승낙해줬다"며 웃었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 멤버 중 왜 조슈아, 호시를 섭외했을까. 이 PD는 "OTT 플랫폼 특성상 콘텐츠에 찾아오게 만드는 능동적 시청을 이끌어야 하는데, 다양한 방법의 하나는 팬덤이라고 봤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세븐틴은 자체 콘텐츠가 정말 재밌고, 개개인의 캐릭터 구축도 탁월하다. 연출자인 나도 보고 배울 만큼 좋은 콘텐츠가 많다"고 했다. 그는 "형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뒤통수도 치면서 활약할 아이돌 친구들이 누굴까 고민했고, 세븐틴이 적합했다. 뛰어난 활약과 존재감 있는 두 멤버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브로 앤 마블' 스틸[사진제공=티빙]

업계에서는 소위 '대박' 콘텐츠는 운도 따라준다는 말이 있다. 하늘이 도와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면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면 흥행을 예감하기도 한다. 이 PD는 "신기하다"고 했다.

"메인 연출자로 나서서 흥행 예능을 여러 편 해본 PD도 아닌데, 다들 '브로 앤 마블'에 흔쾌히 모였어요. 다들 소위 잘나가는 연예인인데, 왜 이렇게 나를 도와줬나. 여전히 의아하죠. 출연자들이 들어와 있는 단체 톡 방이 여전히 활발해요. 공개 후 콘텐츠 보고 있는 모습을 사진 찍어서 올려주기도 하고, 얼마 전에 만나서 밥도 먹었어요. 분위기가 좋아서 이 멤버 그대로 한 번 더 갔으면 좋겠어요."

'브로 앤 마블'은 2주 연속 티빙 오리지널 중 주간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 PD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영혼을 갈아 넣은 만큼 잘 되길 바랐는데, 해외 반응이 더 좋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 음원차트를 역주행하는 음악처럼 역주행하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홍희PD[사진제공=티빙]

국내에서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수많은 장인이 있고, 오랜 시간 예능을 즐겨온 탁월한 안목을 지닌 시청자들이 있다. 한국 예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인정받는 콘텐츠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최근 성공을 거둔 커플 매칭, 피지컬 서바이벌 콘텐츠뿐 아니라 버라이어티 예능도 관심을 받는 분위기다.

이 PD는 한국형 버라이어티 예능의 강점으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한 원초적 웃음을 꼽았다. 그는 "접근하기 쉬운 공통의 웃음 포인트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이승기가 가발을 벗는 모습은 전 세계 어디서나 웃음을 준다. 또 규현이가 신 과일을 먹는데 예기치 못하게 뒤에서 분수가 터지는 장면 등은 다가가기 쉽다. 문화가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게임 형식을 차용한 '브로 앤 마블'은 이후 다른 나라로 무대를 옮겨 여러 시즌 제작도 가능하다. 이 PD는 시즌2가 제작된다면 아프리카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초원에 뛰어노는 동물과 화려한 도시가 어우러지면 어떨까. 이번에 사막에서 뱅커와 함께한 여행이 제일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놓였는데 출연자들끼리 멀리뛰기도 하고 뭐라도 더 하고 싶어 했다. 어떤 케미가 나올지 기대된다"고 했다.

'브로 앤 마블'이 시즌2로 돌아올까. 속편 제작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 PD는 "2편이 제작된다면 반드시 이 멤버 그대로 가고 싶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구성된 출연자 간 호흡이 정말 좋다.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들 바빠서 일정을 맞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멤버가 아니면 상상 불가"라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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