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연봉 12억 내걸었다…"AI 인재 못 구해 난리" [팩플]

여성국 2023. 8.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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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AI 인재 부족한 건 아시죠? 그중에서도 팀장 이상 관리자급은 더 귀합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도 사람 못 뽑아서 난리예요.”

임원급 헤드헌팅 업체 브리스캔영의 이준영 이사는 최근 기업들로부터 인공지능(AI) 전문가 영입 의뢰를 연이어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용 플랫폼 리멤버의 최소연 헤드헌팅팀 리드는 “최근 대기업 AI 총괄 채용에서 후보자의 이전 직장 연봉이 6억원 이상이었다”며 “이런 인재를 서로 붙잡기 위해 기업들이 경매하듯 이들 몸값을 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AI 기술이 기업 경쟁력 강화의 지름길로 떠오르며 AI 기술·전략을 총괄할 임원급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이미 수년 전부터 AI 인재 영입에 혈안이 된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제조·유통·금융 등 비(非) IT 기업들도 AI 전문가 확보에 나서면서 인재 전쟁이 벌어진 것. 특히, 올해 초 챗GPT 등 생성 AI 충격 이후,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5단계(준비-도입 시작-적용-정착-활발히 진행)로 구분할 때,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대비 1~1.5 단계 낮은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로이터=연합뉴스


대기업은 AI 인재 전쟁


포스코는 지난해 1월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AI 연구소를 출범하며 LG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AI 연구소에서 AI 담당 임원을 영입했다. AI 연구소장에 LG전자 AI 연구소장 출신 김주민 전무를 임명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소 AI 팀장 출신 김필호 상무도 함께 영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무보급 이상 임원 6명이 그룹 내 AI 역량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AI 연구 인력 20~30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6월 금융AI 센터장(상무)에 오순영 전 한글과컴퓨터 CTO를 영입하며 AI를 접목한 금융 서비스 개발에 힘을 실었다.

쿠팡과 경쟁하는 이마트는 AI 엔지니어링 담당 임원과 데이터사이언스 담당 임원을 두고 있다. 수집된 데이터로 고객 경험 개선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마존, 구글 등과 적극 협업하는 등 AI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까지 ‘AI 데이터 분야 경력 채용’을 진행했고, 현대자동차는 그룹 내 미국 로봇AI 연구소(보스톤다이나믹스 AI 연구소) 등을 통해 해외 AI 인재들과 접점을 두고 있다.

신재민 기자

최고경영진에 추가되는 CAIO


일부 기업은 AI 기술을 총괄하는 최고AI책임자(CAIO) 자리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 기업의 의사결정 전반에 AI 기술과 전략을 고려하겠다는 의지다. 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B2B(기업간 거래) 기업 올거나이즈는 지난해 말 CTO(최고기술책임자)와 CAIO를 분리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기술 변화와 기업 고객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CTO와 분리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업에서도 CAIO가 등장했다. HD현대중공업 그룹은 지난해 말 AI 기술과 신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CAIO 직책을 신설, 중간지주사에서 AI를 담당하던 임원을 CAIO에 앉혔다. 조선업도 해양 자율주행 기술 등을 중심으로 AI 기술 도입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현정 IBM컨설팅 대표는 “CAIO 리더십이 생겨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자리 하나보다도 기업이 AI 투자와 정책에 얼마나 준비됐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원 500명 이상 규모의 한 IT기업 CTO는 “국내 AI 기술 수준은 CAIO 도입을 논하기 다소 이른감이 있다”며 “서비스화가 가능한 AI 인력과 기술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AI 인재 전쟁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빅테크는 물론 유통·금융 기업들도 AI 전문가 찾기에 발 벗고 나서며 인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달 연봉 90만달러(약 12억원)에 머신러닝 플랫폼 매니저 구인 공고를 내 화제를 모았고, 월마트와 골드만삭스도 AI 전문가 채용 공고에 25만달러(약3억3000만원)를 제시했다. 최소연 리멤버 리드는 “미국도 AI 인재 수요가 많기 때문에 국내 AI 전문가들이 해외 취업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재 뺏길라’ 개발자 소통 강화하는 IT 기업들


AI 전문가를 포함한 개발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 중요해지면서 네카라배(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배민) 등 IT 대기업과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은 조직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개발자 소통과 조직문화를 전담하는 ‘데브렐’(DevRel, Development Relations의 줄임말)팀을 기존 인사(HR) 업무에서 분리하는 게 대표적. 개발자 영입, 교육, 관리 등을 세심하게 신경 써 이들의 이탈을 막고 업무에 몰입하는 개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데브렐은 개발자 확보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10여 년 전 생겨난 직무다.
네이버 개발자들이 지난달 열린 '엔지니어링 데이'에 참석한 모습. 엔지니어링 데이를 통해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나눈다. 사내 데브렐은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사진 네이버

박민우 라인플러스 데브렐팀 리드는 “최신 AI 기술 관련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내 개발자들이 늘었다”면서 “‘모두가 AI개발자가 되자’는 모토로 사내 AI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현 우아한형제들(배민 운영사) 데브렐 팀장은 “AI 기술 발달로 사내 개발 인력의 구조나 개발자 채용 수요를 예측하고 장기 로드맵을 짜고 있다”며 “기업들이 개발 인재를 육성하고, 영입도 해야하기 때문에 데브렐 업무는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숙련된 AI 전문가와 관리자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KT, 네이버, LG전자 등 대기업이 대학에 AI 계약학과를 개설하며 인재 입도선매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의 AI 수요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 김현정 IBM 컨설팅 대표는 “국내 산업 구조상 AI 인재 육성 기반이 아직은 약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임원과 간부 수요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실제 역량은 부족하지만 AI 인재로 포장된 사람을 영입하면 조직 전체가 헤맬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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