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미국 금리 인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23. 8. 2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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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2% 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도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미국처럼 5.5%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우리도 고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필요하지만, 미국만큼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고 성장세가 견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정책을 따라 한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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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2% 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한국은행도 현재 3.5%인 기준금리를 미국처럼 5.5%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우선 데이터를 보자. 2000년 이후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은 이른바 ‘금리 역전 현상’이 총 4차례 발생했다. 그때마다 외국자본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기우에 그쳤다. 4차례 시기 중 지금의 금리 역전 폭이 가장 크지만, 우리 증권시장에 외국자금이 오히려 가장 많이 유입되고 있다. 외국자본 유출입에 금리 차 이외의 요인이 더 주요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 유출에 대한 걱정이 허황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외국자본이 급속히 유출되면서 발생한 외환위기 때 경제성장률이 -5.1%까지 떨어지고 실업자가 대규모 발생하는 등 우리 경제가 극도로 불안정해졌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때처럼 취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고통을 감내하며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했으며, 과도한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외환 건전성을 강화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간 누적돼 지금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우리 국민의 해외 투자가 훨씬 많다. 그 차이를 뜻하는 순대외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가깝다. 한국이 빚을 갚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는 해외투자자가 줄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물론 위험 방지는 언제나 중요하다. 그러나 위험 방지에는 비용이 따른다. 삭풍이 한 번 불었다고 무조건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절대 안정을 취하면 당장에는 안전할 수 있겠지만, 체력이 저하되고 업무와 사회활동이 제약되면서 결국에는 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외풍의 경중과 병의 시급성을 냉정하게 따져서 균형 있게 대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렸을 때의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데이터는 우리가 금리를 올리더라도 자본 유출 가능성이 줄어드는 이득이 크지 않음을 말한다. 반면에 금리가 높아지면 경기가 더 부진해지고 실업이 증가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비록 우리도 고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고금리 정책이 필요하지만, 미국만큼 인플레이션이 높지 않고 성장세가 견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정책을 따라 한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불안정해졌을 것이다. 미국보다 우리의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해외투자자 관점에서도 극단적 위험에 대비하느라 경제가 쉽사리 위축되고 불안정해지는 곳에는 투자하기 꺼려질 것이다.

다양한 충격을 견뎌 내기 위한 정공법은 결국 우리 내부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통상 경기 둔화기에 사업성이 악화한 부실기업이 구조조정되지만, 코로나 위기에서는 광범위한 정책 지원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까지 연명했다. 경직적 노동시장과 교육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든다. 기득권층 반발로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외부 충격을 견뎌내고 쉽게 회복하는 경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한국과 미국 모두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현재의 금리 역전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 왔다. 앞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더라도 그 원인이 금리 역전은 아닐 거라고 보는 근거다. 결국 통화정책도 구조개혁도 우리 경제 상황에 맞아야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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