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후속세대의 미래, 글로벌 확장성에 달려있다

2023. 8. 22. 0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우리나라 인구 중 사회·경제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가장 중심인 연령대는 어느 연령대일까? 많은 이가 40~50대라고 답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이 연령대는 사회 모든 면에서 중심일 뿐만 아니라 현재 인구 수도 가장 많다. 2023년 1656만 명이 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1%나 된다. 반대로 사회·경제·정치적으로 가장 열악한 연령대는 누구일까? 당연히 아직 성인이 되기 전인 0~19세의 영유아와 청소년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열악한 이유는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인구수 자체가 매우 적다. 2023년 현재 약 797만여명으로 40~50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5%밖에 되지 않는다.

「 글로벌화 노출 익숙한 미래세대
초고령화 닥칠 국내 시장보다는
드넓은 세계시장서 더욱 빛날 것
이들의 글로벌 확장성 키워줘야

그럼 질문을 바꾸어보자. 오늘의 0~19세가 미래에 40~50대 중장년이 되었을 때, 오늘의 중장년과 같은 사회·경제·정치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연령대로 보면 당연히 중심 연령인데도, 이상하게 그렇지 못할 것만 같다. 80세 이상 초고령층이 될 오늘의 중장년층 인구 압박에 막혀 기도 펴지 못할 것만 같다. 안타깝지만 국내 상황만 보면 이 예상은 틀리지 않을 전망이다. 연령으로 인구를 절반으로 나누는 중위연령이 2023년 45세인데, 2050년이 되면 59세가 된다. 그래도 지금은 46세가 되면 어른이 될 수 있는데, 2050년이 되면 환갑은 되어야 비로소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답답하지 않은가. 후속세대의 무대를 ‘국내’로만 한정 지었을 때의 미래다.

이제 글로벌로 관점을 좀 바꾸어 보자. 80억 명의 인구 중 중장년인 40~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1%다. 우리나라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할’ 0~19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놀랍게도 33.2%에 달한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30년 뒤의 미래는? 당연히 오늘의 0~19세가 중장년이 되어 글로벌 사회·경제·정치의 중심이 되어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사실 우리나라 인구도 글로벌 인구의 일부다. 우리의 영유아 청소년도 글로벌 영유아 청소년을 구성한다. 인구를 우리나라로만 한정하면 오늘 0~19세인 후속세대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 눈을 글로벌로 확장하면 그들의 미래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가. 즉 우리 후속세대가 중장년층이 되어도 기펴기 어려운 한국이라는 내수 시장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중장년층이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중심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은 인구가 늘어 계속 성장하는 곳이다. 이렇게 보면 내수 시장에서 주로 성장해 온 오늘의 중장년층에 비해 후속세대의 미래 가능성과 잠재력이 더 커진다.

그런데 글로벌 관점으로 후속세대의 미래를 보자는 이야기가 비현실의 합리화처럼 들린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글로벌이라는 용어는 지난 수십 년간 들어왔는데 지금까지 실체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틀린 말이 아니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 특히 아직 청소년기까지 와 있는 후속세대가 만들어 갈 미래 시장을 생각해 보면 시장은 글로벌화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이들의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리나라 영유아 청소년을 포함하는 글로벌 후속세대의 속성을 한번 들여다보자. 이들은 어려서부터 스마트 기기를 통해 SNS, 유튜브,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각종 OTT를 사용한다. 다들 알다시피 SNS, 유튜브, OTT의 특징은 기존 매체와 달리 메시지와 콘텐트가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데에 국경이 없고, 내가 보고 듣고 싶은 콘텐트를 내가 직접 선택한다. 게다가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물론 기성세대도 똑같이 스마트 기기로 같은 매체를 사용한다. 하지만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글로벌화한 콘텐트와 메시지에 노출되어 자라난 세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즉 기성세대가 어렸을 때는 국가별로 사회가 달랐기에 문화와 가치관도 국가별로 공통점이 거의 없는 것이 기본이었다면, 후속세대는 어느 나라에 있든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동질화한 문화와 가치관을 키울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전 세계 거의 모든 후속세대는 학창시절부터 온라인 교육에 익숙하게 된 점도 한몫한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매체도, 문화도, 콘텐트도, 교육 경험도,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화한 적은 없었다. 그 시작을 오늘의 0~19세가 열었고, 앞으로 이 추세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혹자는 후속세대의 글로벌화를 ‘조기유학’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 혹자는 글로벌화에 유리한 직업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두 오해다. 진정한 이 시대의 글로벌화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가능하다. 직업의 종류와 관련 없이 글로벌 확장성을 키운다는 의미다. 후속세대가 어떻게 글로벌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 도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