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캠프 데이비드 합의 내용 제대로 읽어야
‘역사적 회담’, ‘21세기 3국 관계를 규정짓는 회담’, ‘한·미·일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회담’.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평가다. 찬사 일색인데, 그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평가가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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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3국 협력 새 시대 열어
북·중·러 위협에 맞선 공동대응
3국 협의의 정례화·제도화 의미
」
우선 배경부터 살펴보자. 필자는 2013~17년 주미 대사로 일했는데, 그 기간에 미국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침공했다. 그 무렵 중국은 남중국해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주변국들에 대한 압력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6~17년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따른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이기도 했다.
필자는 기존 국제정치에 대한 이러한 위협을 지켜보면서 냉전 이후 전 세계로 확산했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런 움직임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몰고 올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수년간 이러한 도전은 더 거칠어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한계 없는 협력’ 약속, 곧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의 경제 제재, 때마침 퍼진 코로나19 등으로 세계의 안보 위기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전이됐다.
이러한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미·일 3국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왔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가장 든든한 동맹인 한국·일본과의 3국 관계 강화를 오랫동안 모색해왔는데,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한·일 관계에 물꼬가 트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마침내 한·일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할 수 있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은 ‘정신’ ‘원칙’ ‘공약’이라 명명한 문서 3건을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3국 협의를 정례화·제도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3국은 매년 정상 회담을 최소 한 차례 이상 열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3국은 외교·국방·상무·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국가안보실장 회의도 정례화하기로 했다.
둘째,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많은 합의에 도달했다. 3국 공동의 이해를 위협하는 긴급한 현안(도전·도발·위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기 위한 소통 채널을 수립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에도 합의했다. 인·태 지역 전반에 걸쳐서는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의 해양 안보 역량 강화를 지원해 나가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셋째, 경제안보 부문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전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3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첨단 기술 분야의 협력도 확대해 가기로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3국 국가 연구기관의 공동 연구개발과 인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한 대목이다.
한국을 비롯한 3국이 공유하는 안보와 경제 위기 인식에 대한 강도 높은 자구책들이 망라된 것도 의미가 커 보인다. 이제 과제는 이러한 합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행하느냐다. 정상회의는 물론 관련된 각 부처 장관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기로 했으니 이행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안보와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캠프 데이비드 합의의 배경과 의의에 대해 정부가 소상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각에서 이번에 이룬 합의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이유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북·중·러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상호 존중과 호혜의 원칙에 따라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을 제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이런 노력에 대해 ‘진흙탕’ 운운하며 깎아내리고 협박하는 것은 상호 존중과 거리가 먼 행태이고 우리 국민의 감정을 더 자극할 뿐이다. 이들 국가의 각성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 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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