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시선] 중국의 위기, 위기의 한국

김창규 2023. 8. 2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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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경제에디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time bomb)’에 비유했다. 둔화하는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률, 급속한 고령화 등을 지적하며 중국 경제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빗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악당들은 문제가 생기면 나쁜 일을 한다”고 말해 정치적인 돌출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 부동산 투자로 급성장한 중국
부채·비효율 커지며 어려워져
가계빚 급증 한국도 대책 필요

중국은 지금 안으로는 걱정, 밖으로는 근심뿐인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졌다. 안에서는 수출·내수·부동산 등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각기둥이 휘청거리고 있다. 밖에서는 미국이 주요국과 연합해 중국을 옥죄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안보 등을 이유로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 통제에 나섰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중국이 야심 차게 끌고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는 균열 조짐을 보인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는 미·중 갈등이 격해지자 탈퇴를 고려 중이다.

부동산은 최대 골칫거리다. 중국 정부가 지난 1년여간 온 힘을 다해 막아왔지만 곪을 대로 곪은 시장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 경제는 기반시설과 부동산 투자를 토대로 비약적 발전을 했다. 하지만 부채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비효율이 확대되자 2020년 중국 정부는 폭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업체에 부채 비율을 낮추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부채를 활용해 덩치를 키워왔던 부동산업체는 견디지 못했다. 공사 중단 사례가 속출했고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집값도 급락했다.

부동산 침체 등으로 소비자가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서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졌다.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4.4% 하락했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상품 가격이 내려간다는 건 기업엔 부담이 커지고, 소비자에겐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수출은 매달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월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떨어지더니 6월에는 12.4% 줄어들었고 7월에는 14.5%나 급감했다. 급기야 청년실업률(16~24세)이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찍자 중국 정부는 갑자기 7월 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쏠림이 문제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새 25~26%대를 유지하다가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와 중국 침체 여파로 19%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1위다. 미국 비중은 11~15%대를 오가다 올 상반기에는 18%에 육박했다. 두 나라가 경제대국이지만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경제구조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 경제에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건설 위주의 중국식 성장 모델이 더는 지속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과잉·중복 투자가 이뤄져 막대한 부채가 쌓인 데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이 1990년대 이후 침체를 겪은 일본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한국은 어떤가. 대출이 과도하다는 부동산 시장엔 오히려 돈이 더 풀리고 있다. 7월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0조원 늘어난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50년 만기 대출 등이 속속 등장해 빚을 내기 쉬워진 탓이다. 이 때문에 인기 지역은 값이 오르고 비인기 지역은 값이 주저앉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빚으로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올 2분기 말 기준 20대 이하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역대 최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아 향후 성장 둔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1.09명)보다도 심각하다. 여기에 경제 구조는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그런데도 눈앞에 벌어지는 ‘소나기’에만 관심을 갖고 조만간 다가올 ‘태풍’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 말로만이 아닌 나라를 생각하는 장기 정책이 필요하다.

김창규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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