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의 퍼스펙티브] 금융자산 관리하듯 건강자산 관리해야 ‘웰빙’ 삶 가능
대한민국 국민의 총 건강 가치는 얼마일까? 필자가 이끄는 서울대 의대 스마트건강경영전략실 연구팀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국민 건강 수준, 대국민 조사 등을 통한 건강 가치 비율에 근거해 이를 분석했다. 우리 국민은 자신의 1년간 건강자산(health asset) 가치를 연간 소득의 3배 정도로 생각했다. 기업의 건강 경영에 투입한 비용 대비 투자수익률이 3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근거가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2년 기준 연간 대한민국 건강자산 가치를 약 4581조원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GDP 2150조원의 두 배를 넘는다. 건강자산 가치 손실은 약 2708조원. GDP를 웃도는 수준이다. (건강자산 가치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주관적으로 평가해 매긴다. 예를 들어 연간 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자신의 건강자산을 연간 소득의 3배로 인식한다면 그의 최대 건강자산은 1억5000만원이 된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50점으로 평가한다면 건강자산은 7500만원, 건강손실도 7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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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건강상태 등을 금액으로 환산해 ‘건강자산’ 산출
건강 개선 역량 진단 및 건강 불평등 해결 역할 기대
건강자산 많은 사람이 주도적 삶 영위할 가능성 높아
개인·기업·국가가 건강자산 체계적 관리할 필요 있어
」
2년 전보다 GDP가 증가함에 따라 총자산가치는 늘었지만, 건강자산 가치 손실 또한 커졌다. 국민 1인당 건강자산 가치는 연간 약 7760만원이며, 건강자산 가치 손실은 약 4587만 원이다. 2020년에 비해 소득도 조금 늘고 주관적 건강상태가 약간 좋아져 건강자산 가치는 늘었고, 건강자산 가치 손실은 약간 줄었다.
건강자산 가치, GDP의 두 배 이상
건강자산 가치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수립한 건강자산 가치 시나리오를 예로 들어보자. 최고로 좋거나 매우 좋은 상태가 아닌 ‘건강 상태가 좋다’ 정도로 응답한 47세 남성의 경우, 최대 기대 건강자산 가치는 1억7414만원, 현재 건강자산 가치는 8707만원, 건강자산 가치 손실은 8707만원으로 계산됐다.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추정한 평생 건강자산 가치는 21억1443만원이다. 이 시나리오는 40대의 건강 상태, 건강 가치 비율, 연 소득 및 기대 수명 평균값을 적용한 것이다.
같은 건강 상태인 직장 생활 10년 차 30대 여성의 경우, 최대 기대 건강자산 가치는 1억2434만원, 현재 건강자산 가치는 6217만원, 건강자산 가치 손실은 6217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계산한 평생 건강자산 가치는 27억1671만 원이다. 올바른 건강 투자로 최대 건강자산 가치에서 잃어버린 건강자산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와 우리 연구팀 자료에 근거한 연령대별 건강자산 가치는 청장년 시기까지 증가하지만, 40대부터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건강자산 격차에 따른 건강 불공정 문제는 저소득 계층일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바로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 현상이다.
건강자산 불공정 문제 심각
개인과 집단의 건강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집단의 건강한 행동과 습관, 조직과 사회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기 위해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 위험에 대비해 생명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건강을 향상하려면 건강 행동과 습관을 형성하고 조직·사회의 건강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요구된다. 국민 건강 습관과 사회 환경을 바뀌기 위한 국가 정책과 기업의 건강 정책, 건강 투자가 중요하다.
건강 상태에 따른 건강자산은 연간 소득과 건강 상태, 건강 가치 비율 정보를 고려해 전인적 건강 상태를 수치화한 것이다. 최대 건강자산은 신체·정신·사회·영성 등 전반적 건강이 모든 최고인 건강 상태를 가정해 계산되는 값이다. 건강 가치 비율은 개인이나 집단, 국가마다 다를 수 있으며, 건강 가치가 무한대일 수 있다. 건강자산 손실은 최대 건강자산에서 건강 상태에 따른 건강자산을 차감한 값으로, 현재 건강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렇게 건강과 소득을 조합해 건강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면 금융·토지 등의 자산 이외에 새로운 자산을 하나 더 가지는 셈이 된다. 가족 및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건강해야 가능하다. 여가와 사회생활을 즐기고, 취미 등 창의적 활동을 지속하고, 종교·봉사의 삶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에 따라서는 건강자산의 가치는 소득의 3배 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특히 소득은 적으나 건강해야만 가능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의 가치는 더욱 높을 것이다.
건강가치 고평가할수록 웰빙 유지
건강자산 가치는 개인 또는 집단의 건강 향상 노력 정도가 반영될 수 있다. 건강 향상을 위한 개인 또는 집단의 의지를 확인하고, 이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지원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건강자산 가치는 주관적 건강 평가에 기반하지만, 건강 등 주관적 웰빙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주관적 웰빙이 좋을 경우 사망률이 낮고, 직무 성과나 생산성도 높다.
건강자산 가치가 높은 사람의 주관적 웰빙 지수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3배 높고, 우울 위험도는 3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강자산 가치가 높은 사람의 건강관리 역량(핵심·준비·실행 건강경영전략)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7배 양호했고, 운동·식이·금주 등은 물론 긍정적 생각, 주도적 삶,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 같은 좋은 습관도 2~3배 더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일상생활을 기록한 디지털 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의 도움을 받아 정량화·수치화가 이뤄지면 이런 주관적 웰빙을 더욱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건강의 금전 가치, 왜 필요한가
건강자산은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1980년대 처음 도입돼 심리학·사회학·공공건강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건강자산은 개인, 지역 사회, 국가가 건강과 웰빙을 유지하고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건강자산 개념을 도입하면, 결핍 위주의 사후적 접근법에서 벗어나 현재의 건강 상태를 사전에 평가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인간의 건강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영역으로 구성된 만큼 경제적 자산뿐 아니라 웰빙 측면의 건강자산에도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자산 기반 접근법을 건강자산에 적용하면 개인·집단·사회·국가가 직면한 건강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 사회적 상황, 주거 및 근무 환경, 행동 선택 및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건강 결정 요인을 건강자산 보호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자산 기반 접근법은 개인의 능력, 기술,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연결도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자산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개인의 건강에 대한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 먼저 개인의 건강 가치 비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거나 건강 상태를 향상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좋은 건강 습관을 만들기 위한 동기부여로 활용 가치가 있다.
고령사회 건강자산 투자 절실
금연의 건강자산 가치를 예를 들어보자. 보건복지부의 금연 길라잡이 자료에 따르면 35세부터 44세의 경우 금연에 의한 수명 연장 효과가 9년이므로, 35세에 금연할 경우 통계청에 따른 기대여명이 49년에서 58년으로 연장된다. 이 경우 평생 기대 건강자산은 31억9000만원에서 38억6000만원으로 상승한다. 금연에 따른 수명 연장으로 6억7000만원의 건강자산이 늘어난다. 건강습관 변화에 의한 이런 금전적 이득을 금연의 동기부여에 활용할 수 있다.
일상생활을 기록한 디지털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건강자산 가치 증식에 효과적인 건강 행동 패턴을 제시하고, 실행 계획을 맞춤 설계하며, 수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금연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을 위한 신체 활동, 건강 식사, 감사 일기, 체중 조절, 절주 등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건강의 중요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건강자산 가치 모델은 건강 개선을 위한 개인의 역량을 진단하고 건강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 건강 문제인 노화 현상을 건강자산 기반의 접근 방식으로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개인과 기업, 지자체, 국가는 금융자산을 관리하듯이 건강자산 가치를 평가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윤영호 서울대 기획부총장·서울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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