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AI 저자들의 습격…아마존에만 200종
미국 서점가에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책이 쏟아지고 있다.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을 사용한 생성 AI는 문화 콘텐트 창작에서도 인간 저자들의 영역을 침범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예측을 초월하고 있다.
미국 내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의 e북 매장인 킨들 스토어에 챗GPT가 저자라고 밝힌 책은 이미 200여 권에 이른다. 인간 저자의 이름을 내세워서 팔리는 책 중에서 AI가 쓴 책이 얼마나 되는지는 파악조차 힘들다고 한다. 아직 아마존에는 AI를 사용해 만든 책인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들에 따라서는 챗GPT에 명령어를 적어 넣고 뽑아내는 콘텐트로 하루 만에 100페이지가 넘는 단편 소설을 쓰기도 하고,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어린이용 그림책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그림을 그리는 재능이 아니라, 눈길을 끌 만한 특이한 아이디어와 명령어를 적절하게 다듬는 능력이다.
물론 AI로 만든 책에서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활용한 책들이 가장 쉽게 공략하는 영역이 여행 가이드와 요리책, 프로그래밍, 정원 가꾸기 등의 실용서적이다. 이런 분야에서 창작 활동을 하던 저자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도 많다. 이들 AI가 인간과 비슷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인간 저자들이 그동안 만들어낸 텍스트를 사용해 훈련을 받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AI가 만든 책의 원저자는 따로 있는 셈이다. 심지어는 이미 알려진 저자의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존에서는 저자 이름을 상표로 등록한 게 아니라면 이를 사용해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에는 불법 복제가 창작자의 수입을 가로챘다면 이제는 AI가 만든 콘텐트가 인간의 창작 활동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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