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뱀장어에게 한 설교
구스타프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신기한 뿔피리』에는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성 안토니우스’라는 재미있는 노래가 있다. 성 안토니우스라는 신부가 설교하러 교회에 갔지만 사람이 없어 물고기에게 설교한다는 내용이다.
말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콤달콤한 유머가 이 곡에 들어있다. 성 안토니우스가 물고기에게 설교하는데, 그의 말투는 술에 취한 듯 불분명하고 뒤죽박죽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청중인가. 뱀장어와 잉어, 대구, 이런 것들의 바보스러운 표정을 내 음악에서 들으니 박장대소를 금할 수 없다.”
성 안토니우스가 설교하자 잉어·청꼬치·대구·뱀장어·철갑상어·게·거북이가 몰려들었다. 물고기들은 신부의 설교에 감동을 하였다. 이제까지 이렇게 훌륭한 설교를 들은 적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설교가 끝난 후 물고기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창꼬치는 여전히 도둑질을 하고, 뱀장어는 여전히 암컷을 탐하고, 게는 여전히 굼뜨고, 대구는 여전히 탐욕스럽고, 잉어는 여전히 게걸스럽게 먹고 다녔다. ‘그들은 설교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설교가 그들을 즐겁게 했지만 그들은 예전으로 돌아갔다.’ 노래는 이런 가사로 끝난다.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이 노래는 물고기에 빗대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이다. 성 안토니우스가 설교할 때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한 것 같아 보이지만 설교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 가곡의 멜로디를 말러는 교향곡 제2번 ‘부활’의 3악장 주제 선율로 썼다. 팀파니로 시작해 각종 타악기·목관악기·현악기로 이어지는 수다스러운 선율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있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비웃음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느낌마저 든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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