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금메달 중요하지만, 이강인은 A대표팀이 우선”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감독 황선홍)의 미드필더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조기 차출 요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중요한 건 인정하지만, 현재 이강인이 A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 중인 만큼 A대표팀 일정을 우선 소화하는 게 원칙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7일 화상 인터뷰에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문화에 대해 잘 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럽 구단에 내가 직접 여러 차례 연락해 설명한 적도 있다”면서도 “이강인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일찍 보내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두 대표팀의 일정이 겹치지 않는 만큼, A매치를 치른 뒤 아시안게임에 합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다음 달 19일 중국 항저우 인근 진화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본선 E조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21일 태국), 24일 바레인과 2, 3차전을 벌인다. A대표팀은 이에 앞서 8일 영국 카디프에서 웨일스와, 13일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각각 A매치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A대표팀의 양해를 구해 팀 훈련에 미리 포함시키고 싶다”는 뜻을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는 아시안게임보다 수준 높은 경기다. 더 뛰어난 상대와 맞대결하는 게 선수 자신(이강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서 “홍현석(헨트), 박규현(드레스덴) 등 A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모두 선발될 가능성이 큰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팀을 맡은 뒤 국내에 머무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몸은 해외에 있지만, 대표팀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 3월 부임한 그는 재임 기간 167일 중 67일만 국내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일부 축구 팬들은 “감독이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건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감독 일정과 한국에 부임하기 전 미리 잡아 놓은 일정을 함께 소화 중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서 “내가 일하는 방식이 이전 감독들과 다르다는 건 인정하지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글로벌 단위로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에 머물 때도 여러 코치들과 역할을 나눠 40~50명의 국내·외 선수들을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토트넘 주장이 된 손흥민,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한 김민재 등은 한국 축구의 얼굴과 같은 존재이자 세계에 한국 축구의 위상을 알릴 앰버서더(홍보대사)”라며 “두 선수 모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 미국대표팀 감독 시절 자국 리그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을 적극 도왔던 그는 “한국에서도 선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면서 “(해외 진출 여부의) 최종 선택 권한은 오롯이 선수들에게 있지만, 최고의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해외 진출을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든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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