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짜릿한 역전승…응씨배 첫 우승 보인다

손민호 2023. 8. 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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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이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결승 3번기 1국에서 승리했다. 한 판만 더 이기면 우승컵을 차지하게 된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의 바둑 황제 등극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진서 9단이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9회 응씨배 결승 3번기 1국에서 중국 셰커 9단에게 253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3번기 승부에서 선승을 거두면서 신진서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남은 두 판의 결승전 중 한 판만 이기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신진서의 무난한 승리였다고 할 수 있으나 위기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반 우변 전투에서 신진서가 잇단 완착을 두면서 셰커의 중앙 백 세력이 두터워졌다. 흑이 유리한 바둑이었는데, 순식간에 판세가 역전됐다.

불리한 형세를 느낀 신진서가 결단을 내렸다. 중앙 백 세력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보다 한 발짝 더 들어간 승부수였는데, 셰커가 받아치지 못하고 물러섰다. 기세를 탄 신진서가 강수를 연타했고, 그때마다 셰커는 후퇴를 거듭했다. 그사이 전세가 다시 뒤집혔고, 한 번 기울어진 형세는 가파르게 흑 쪽으로 넘어왔다. 셰커가 항복을 선언했을 때, 인공지능 승률 그래프는 흑 승리 확률 99%를 가리키고 있었다.

중국의 셰커 9단.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중반에 행마가 꼬이면서 나빠졌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상대가 느슨하게 두면서 기회가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만 재벌 잉창치(1914~1997) 선생이 1988년 창설한 응씨배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기전이다. 우승 상금이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로 단일 바둑 대회 상금 중 제일 많다. 4년마다 대회가 열려 ‘바둑 올림픽’이라고도 불린다. 제9회 대회는 코로나 사태로 파행을 거듭하다 원래 계획보다 약 3년 늦게 결승전이 열렸다.

2012년 입단한 신진서는 메이저 세계 대회에서 모두 4차례 우승했다. 삼성화재배와 춘란배, 그리고 LG배 두 차례. 응씨배마저 거머쥔다면 신진서는 명실상부 세계 일인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응씨배에서 한국은 모두 5번 우승했으나 2009년 6회 대회 이후 14년간 중국에 우승컵을 내줬었다. 이번에 신진서가 우승하면 한국은 14년 만에 응씨배 우승컵을 탈환하게 된다. 결승 2국은 23일 열린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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