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가 꺼낸 ‘투표 불참 방탄’… 한동훈 “더 저질 방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친명계 의원들의 ‘투표 거부’ 주장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저질 방탄”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네 번 연속 방탄했다가 국민 무서워서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고 말한 게 이 대표”라며 “그냥 하기 싫으면 (포기)하지 않으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에) 다 들어갔다가 다 퇴장하는 건 지금까지 네 번 했던 방탄보다 더 저질 방탄”이라며 “서로서로 특권 (포기) 못 하게 감시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전날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이 대표 체포안 보이콧’ 아이디어에 대한 반응이다. 민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친명계 원외 조직 행사에 참석해 “(정기국회 중 이 대표 구속영장을) 간단히 물리치는 방법이 있다. (체포동의안)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 투표를 시작하면 민주당이 일제히 빠져나오면 된다. 한동훈의 저 간악한 짓을 반드시 저지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이 대표가 “제 발로 출석해서 실질심사를 받겠다”고 말했던 것과 정반대다. 그러나 이 대표는 민 의원의 ‘체포안 보이콧’ 제안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1일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검찰이 정치검찰화됐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2년 동안 (나를) 수사했으면 뭔가 결과가 있어야지 아직 결과가 없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 8월 회기에 분명히 우리가 ‘방탄국회 안 할 테니까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했는데 여당과 검찰이 정치 공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페이스북에 “정권의 무능을 덮으려고 국가폭력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이라고도 썼는데,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본인(이 대표)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몇 분이나 돌아가셨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라”고 지적했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친명계의 ‘체포안 보이콧’ 주장에 반발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혁신위 제안과 이 대표 발언을 번복하자는 의미냐고 묻고 싶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 아닌가”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실제 그런 움직임이 보이면 ‘당을 닫자는 거냐’는 수준으로 갈등이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도 “보이콧은 본회의장에서 ‘나가자!’고 했을 때 안 나가는 의원들 상대로 ‘수박’ 골라내기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친명계가 주장한 ‘체포안 보이콧’ 자체가 국회법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의원은 “체포안 표결을 포기한대도 어차피 다음 본회의에 다시 올려 처리하게 돼 있다. 그동안의 혼란은 누가 감당하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투표를 거부해 본회의장을 퇴장하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을 할 수 없고, 투표는 계속 미뤄져 혼란이 가중된다는 의미다. 국회법 제26조는 체포동의안을 ‘본회의 보고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도록 하고,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은 경우엔 그 이후 최초로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을 갖고 9월 정기국회의 본회의 일정(21일, 25일)에 합의했다. 만약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체포동의안 제출이 다음 달 21일 본회의 전까지 마무리되면, 25일 본회의에선 이 대표의 체포안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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