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하자 여성 선수에 '강제 키스'…세계 경악시켰다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 대표팀 선수에게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이 강제로 입을 맞춰 전 세계적 비판을 받고 있다. 축구계에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비판과 함께, 그의 행동이 성폭력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루이스 루비알레스(45)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대표팀 미드필더 제니퍼 에르모소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스페인 선수단이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을 들어 올리려고 시상대에 차례로 오르는 상황이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에 입을 맞춘 뒤 그의 등허리를 두드리기도 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라커룸에서 인스타그램 생방송을 켜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동료에게 ‘혐오스러웠다’고 말하는 입 모양이 나오기도 했다.
공격수 살마 파라유엘로가 올린 영상에서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라커룸까지 찾아와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영상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은 선수단을 자국 휴양지인 이비사 섬에 데려가겠다며 옆에 서 있던 에르모소와 그곳에서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말한 뒤 웃으며 손뼉을 쳤다.
스페인 장관 “루비알레스 회장 행동은 성폭력”
루비알레스 회장의 언행은 세계 언론의 비판을 받는 중이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국가의 환희와는 별개로 많은 팬은 에르모소가 당한 강제 키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축구계에 여전히 성차별이 남아있음이 지구촌 전체에 생중계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는 여자축구를 그간 괴롭혔던 불쾌한 성차별적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며 과거에도 1998년부터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지휘했던 이그나시오 케레다 감독이 선수단의 반발로 2015년 퇴출당했던 일을 언급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스페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페인 국영 방송 RTVE에 따르면 미켈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와 존중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사회에 존중과 평등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높은 지위의 사람이 키스를 강요하는 메시지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린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 등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성폭력으로 규정하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한 형태”라고 짚었다. 스페인 정치권에선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임을 촉구하는 주장도 이어지는 중이다.
축협 수습 시도에도 비판 여론
스페인축구협회가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에도 스페인 주요 일간지 엘 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날을 세웠다. 엘 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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