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온다” 중국 소비주 들떴는데…경기 침체 우려에 ‘반짝 랠리’ 그치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8. 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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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관광 재개 中 소비주 주목
주가 반짝 상승 뒤 변동성 확대
경기 침체 우려로 불확실성 커
실제 실적 회복 지켜볼 필요

과거 한국 내수 시장 소비 진작에 큰 기여를 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이 복귀한다는 소식에 화장품, 카지노, 여행 등 중국 소비 주식이 주목받는다. 다만,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 소비 회복이 예년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제기된다.

지난 8월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는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등 7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자국민의 단체 관광 상품 이용을 허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한국행 단체비자 발급을 중단한 지 약 6년 만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여행 규제를 풀었다”며 “이는 중국 인바운드 소비주의 회복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올 6월 기준 16만8000명까지 늘었던 중국인 입국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2월 수준으로 회복하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중국인이 국내에서 지갑을 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증권가는 중국 소비주가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 기준 중국 소비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무른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16% 가까이 올랐다.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인바운드 수요 회복 기대감을 타고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가 단기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 곳곳에서 단체 관광 판매 재개가 확산 중이다. 제주도에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서 하루 만에 53척의 크루즈선이 기항을 예약했다. 지자체와 관광업계에서는 중국 추석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 연휴(9월 29일~10월 6일)가 몰려 있는 9월 말~10월 초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면세점 대표주인 현대백화점이 최근 2거래일(8월 10~11일) 만에 18% 뛴 가운데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 호텔·카지노 관련주 주가도 20%가량 급등했다. 롯데관광개발, 강원랜드 등 관련 종목 대부분이 단기 급등세를 보였다.

연초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던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G는 최근 2거래일(10~11일) 만에 16% 급등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도 13% 상승한 가운데 한국화장품은 8월 10일과 11일, 잇따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3거래일(8월 10~14일) 만에 72% 올랐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제이준코스메틱, 코스맥스, 토니모리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중국의 한국 단체 관광 해제 기대가 무산되면서 업계에서는 오는 추석 전후가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이번 해제 조치는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인 해외여행이 코로나 직전의 30∼40%를 회복하고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가정하면 약 181만명의 방문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의 수요가 나타난다면 241만명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관련 종목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 조정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이 현대백화점 목표가를 기존 7만20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올린 가운데 유안타증권 (6만원 → 7만7000원), SK증권(6만5000원 → 7만1000원) 등도 상향 조정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백화점 부문의 고성장이 전망되는 가운데 면세점 부문은 영업 효율화 노력으로 적자 축소에 이어 하반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올 7월 문을 연 인천공항점은 경쟁사 대비 낮은 임대료 구조로 매출 성장과 흑자 운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종에서는 코스맥스의 목표가 상향이 가파르다. 하나증권이 기존 13만원에서 18만원으로 목표가를 올린 가운데 미래에셋증권(12만원 → 17만원), 메리츠증권(15만원 → 20만원), 삼성증권(13만3000원 → 18만5000원) 등도 큰 폭 상향 조정했다. 박은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맥스는 올 2분기 전년 대비 167% 증가한 46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중국 단체 관광객의 증가 가능성이 추가적인 주가 상승 요소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한 중국 소비주

매크로 부진에 변동성 확대

다만, 중국 소비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실제 회복될지 실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현재 중국은 물가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29개월 만의 마이너스 전환이다. 7월 수출과 수입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4.5%, 12.4% 감소했다. 매월 발표되는 거시경제 관련 지표에 따라 주가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8월 15일 발표된 지표도 좋지 못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보다 3.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4.6%)를 큰 폭으로 밑돈 수치다.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소매판매도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해 시장 예상치(4.8%)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부동산발 경기 침체 우려가 재차 커지고 있다. 중국의 매출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가운데 또 다른 중국 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도미노 디폴트’가 가시화한 가운데 부동산 신탁회사까지 채무 상환에 실패한 것.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연쇄 디폴트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 사이에서 중국 경제 불안감이 확산할 수 있다.

주요 지표가 발표된 8월 15일을 기점으로 중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자 단기 급등했던 중국 소비주의 주가 변동성은 확대된 모습이다. ‘유커(관광객)’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벌써 사그라든 분위기다. 중국인들이 자국 경제의 고성장을 등에 업고 대거 관광에 나섰던 때와 달리, 현재는 경기 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구매력 회복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우려 속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투자 심리는 다시 위축된 모습이다. 두 회사는 면세 판매 채널 의존도가 높고 중국 현지 소비와 실적 간 상관관계가 높았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0.1%포인트 인하했다.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2.5%로 0.15%포인트 인하했다. MLF 대출은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주, 내수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중국 소비 관련주의 실적 전망이 불안정하고 외국인 매도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아직 개별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 소비주의 상승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중국 실물지표 공개 시점을 전후해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3호 (2023.08.23~2023.08.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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