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항소심 법정서 가족 채팅방 대화 놓고 검찰·변호인 공방

최석진 2023. 8. 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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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전 부산대 의전원장 증인신문
장학금 수수가 뇌물·청탁금지법 위반인지 대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뇌물수수 등 혐의 재판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가족 단체대화방에 올린 대화 내용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완전히 상반된 해석을 하며 충돌했다.

문제의 대화 내용은 조씨가 올린 '교수가 이번에도 장학금을 탈 건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교수님들도 챙겨주고. 부산대 특혜도 많으니 아쉽지 않다'는 등 내용인데, 검찰은 이를 조 전 장관이 뇌물을 받은 증거라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검찰이 인격 말살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양측은 조씨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조 전 장관이 받은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격하게 대립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강진형 기자aymsdream@

2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2심 공판기일에서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가족 단체채팅방 내용에 대해 "(검찰이) 인권 말살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심 판결문 등에 따르면 조씨는 "노환중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제가 탈 건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음!"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정 전 교수는 "ㅇㅋ,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척해라"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이를 두고 검찰이 2017년 3월 정경심 전 교수와 조씨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곡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당시 부산대의전원 교수와 제자 간 성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문제를 절대 모른척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검찰은 이것을 장학금을 비밀로 하라는 식으로 인격 말살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검찰은 조씨가 2015년 11월 가족 채팅방에 쓴 내용을 공개하며 반격했다. 검찰은 "조민씨는 당시 채팅방에 '양산 생활 익숙해지고 교수님들도 챙겨주고. 부산대 특혜도 많으니 아쉽지 않다'고 썼다"며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차별이나 특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장학금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유죄를 선고받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성적 청탁' 사실도 공개했다.

검찰은 "당시 성적 회의를 앞두고 노환중 피고인이 A 교수에게 조씨를 잘 봐달라는 의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청탁성 의미가 내포돼 불편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우 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당시 보고받지는 못했지만 학교 안에서 돌았던 풍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며 "성적은 아니고 유급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청탁은 안 되지 않느냐"는 검찰의 지적에 이 전 의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전 의전원장은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에 재학하며 장학금을 받았을 당시 의전원장으로, 부산대 의전원 장학위원회의 최종 결재권자였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두고도 대립했다.

검찰은 1심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뇌물 혐의를 무죄로 본 것은 장학금의 직무관련성을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부산의료원장이 되기 위해 '청와대 인맥'인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장학금 600만원을 줬고, 그 뒤 원하는 바를 이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반면 변호인은 "청탁금지법이 공무원 본인의 금품수수에만 제한을 둘 뿐 배우자도 아닌 자녀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 유무를 불문하고 청탁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전 의원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먼저 증인신문에 나선 변호인은 이 전 원장이 조 전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 언론인터뷰에서 조씨의 장학금 수령의 공정성 문제를 2018년도에 보고받았다고 했다가, 검찰에서 2017년에 보고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2017년 부산대 의전원 장학위원회 회의에서는 조씨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이 전 원장은 공정성 문제를 보고받은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다면서도, 공정성 문제를 보고받은 뒤 조씨의 지도교수였던 노 원장과 면담을 한 것은 맞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유도질문을 당한 적도 없다고 했다.

뒤이어 증인신문에 나선 검찰은 한때 유급을 당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았고, 가정 형편이 어렵지도 않았던 조씨가 여러 학기동안 장학금을 받은 것의 문제점을 이 전 원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 전 원장은 "지도교수로서 학업을 포기하려는 학생에게 면학 격려 차원에서 장학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조씨와 비슷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대는 비싼 학비를 감당해야 하는 의전원 학생들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최저 평점 제한을 적용하지 않아 왔는데, 이를 고려하더라도 유급을 당한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또 이 전 원장은 공정성 문제를 보고받았을 당시 상황에 대해 "(나도) 문제의 소지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학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장학금 지급에 더 신중을 기하라'는 취지의 권고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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