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수술 피할 수 없다면… 최소 절개 양방향 내시경 수술 주목

민태원 2023. 8. 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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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장면. 병변 부위에 두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각각 삽입해 수술을 진행하는 최신 기술이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한쪽에 내시경·한쪽엔 치료기구
부분 마취·1시간 내외 짧은 수술
기존 현미경 수술법 보다 예후 좋아
장기 안전성엔 추가 연구 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131만명으로, 전체 인구 5명 중 1명(22%) 꼴이다.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초기에 진단받을 경우 도수, 물리, 주사 치료 등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수술 치료에도 다리 통증이나 저림 등 아래로 뻗치는 통증이 심해 거동이 힘들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난 경우, 급성으로 진행되면서 대소변 장애를 겪는 경우라면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 피부 절개를 최소화해 뼈와 인대, 근육을 최대한 살리는 최소 침습적 방법이 선호되는 추세다.

특히 중증 척추질환 치료에 최신 기술인 양방향 척추내시경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병변 부위에 0.7㎝의 미세한 구멍 2개를 뚫고 한쪽에는 40배까지 확대 가능한 내시경을 넣고 다른 쪽에는 레이저·고주파 등의 치료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과거처럼 3~4㎝ 피부 절개(절개 수술) 없이 작은 구멍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피부와 근육 조직의 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고 출혈이 거의 없다. 입원 기간도 다른 수술법에 비해 짧은 편이라 환자 만족도가 높다. 부분 마취로 진행되고 수술 시간도 1시간 내외로 짧아 고령이거나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들도 부담이 적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2013년 처음 논문으로 발표되고 2016년 이후 한국을 중심으로 수 차례 국제적 논문을 통해 우수성이 보고됐다. 특히 2017년 국내에서 출범한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학회(UBE)가 전 세계 의료진의 주목을 받으면서 2021년 국제양방향내시경척추학회로 발전하기도 했다. 척추 수술의 최신 트렌드를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심평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 내시경 수술을 받은 환자는 1만2838명으로 2017년(4179명)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2012~2016년 평균 1500명대를 보이던 수술 건수가 2017년 4179명, 2018년 6986명, 2019년 7639명, 2020년 8818명에 이어 2021년 1만828명으로 급증 추세를 보였다. 국내에서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시점과 무관치 않다.

박상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21일 “의료계에서 최소 침습 수술은 시대적 흐름이다. 복부의 경우 절개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로 발전하고 있는 것 처럼 척추 분야도 절개 수술→현미경 수술→양방향 내시경 수술로 나아가는 추세”라며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현재 주류인 현미경 수술을 대체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방향 보다 앞서 시행된 단방향 내시경 수술은 한 개의 구멍(1㎝)에 내시경을 넣고 그 아래로 수술 기구를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고 수술 범위가 제한적이다. 이에 비해 양방향 수술은 두 방향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의사의 양손 사용이 자유롭고 시야도 넓게 확보돼 깊은 부위 병변까지 접근 가능하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재현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척추 내시경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95% 이상은 양방향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환자로, 심한 기저질환(심장병, 콩팥 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라면 내과적 진료 후 최종 수술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잘 조절되는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갖고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수술 진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방향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 척추 질환은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전방전위증(척추 위·아래뼈가 어긋남) 등 다양하지만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되는 것은 척추(허리·목) 디스크 뿐이다. 허리 디스크는 왠만하면 양방향 수술로 치료 가능하다. 단순 척추관협착증(협착이 1~2군데)이나 1단계 전방전위증도 마찬가지다. 다만 협착이 3~4군데 생긴 복잡한 협착증이나 2단계 이상의 심한 전방전위증은 절개 수술(나사를 박고 고정하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박재현 전문의는 “최소한의 수술이 힘든 경우, 예를들면 척추 변형술 또는 이전에 유합술을 진행했거나 고정 장치가 설치돼 있어 제거해야 하거나 광범위한 척추뼈 절제가 필요한 때는 절개 수술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박상민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The spine journal)에 허리 디스크 환자 대상 전향적 연구를 통해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의 안전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박 교수는 “양방향 수술은 깨끗하고 정밀한 수술로 기존 현미경 수술법 보다 환자 예후가 좋다”며 “다만 장기 안전성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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