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 선고' 판사 SNS 정치글에…법원행정처장 "지적 공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1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가 재직 중 소셜미디어(SNS)에 정치적 견해를 담은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공정성이 우려될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판사가 정치적인 성향의 글을 쏟아내면 재판받는 당사자는 판결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처장은 "2012년 법원 내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권고했듯이 법관은 언제나 재판에 대한 공정성이 우려될 행동이나 언동을 삼가야 한다"며 "의원님 말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관련된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평가가 있으면 말씀을 드리겠다.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이 판사들의 SNS 사용 실태 등 윤리강령 준수 여부를 점검한 적 있느냐고 묻자 김 처장은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권고 의견의 무게를 다시 한번 판사들 사이에서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행정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지난 1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벌금 500만원)을 웃도는 실형이 선고된 것을 두고 여권을 중심으로 박 판사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 판사는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낙선하자 닷새 후 페이스북에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곳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누군가가 비를 맞을 때 함께 맞아야 한다"며 "이틀 정도 소주 한잔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박영선 당시 민주당 후보가 패배한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직후에는 "울긴 왜 울어",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대사가 적힌 중국 드라마 캡처 사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대법원은 박 판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법관윤리강령 제7조는 법관에 대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