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리먼사태’ 기우라지만 무너지는 중국몽

김준희 2023. 8. 2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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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 시장 GDP의 25% 차지
정부가 나설 때 통제 가능한 수준
헝다 이어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40년 급성장 구조적 문제점 노출


중국의 연이은 부동산 위기에 ‘제2의 리먼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한다. 중국의 거대 부동산 기업이 무너지면 그 파급력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앞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중국판 리먼사태 위기감을 키웠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그랬듯이 중국 정부가 처리 방향을 가닥 잡으면 현 사태도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연이은 부동산 위기로 중국 경제의 취약점을 재차 상기시켰다는 점이다. 또 부동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며 중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만큼 중국에 대한 투자 심리는 장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 연이은 부동산 악재


중국의 3대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최근 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약 300억원)를 지불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9월부터 줄줄이 만기가 예정된 채권이 약 157억200만 위안(약 2조8700억원)이다.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부동산은 물론 금융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000억 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부터 급증한 중국의 디폴트 잔액을 고려하면 부동산은 현재 중국에서 부실화 우려가 가장 큰 업종이다.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위기는 2021년 말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의 디폴트 사태보다 더 파급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비구이위안이 추진하는 개발사업 건수는 3000여건에 이른다. 당시 헝다(700여건)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고용 시장에 미칠 영향도 크다. 비구이위안의 직원은 7만명, 협력업체는 3만3207개에 이른다. 최악의 경우 이들이 대량 실업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중국에는 비구이위안 외에도 위안양그룹, 완다 등 부동산 업체들이 디폴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대출을 안고 있는 중국 부동산 업계의 위기는 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의 대표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은 최근 3500억 위안(약 63조9000억원) 규모의 만기 상품 상환을 연기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말 이후 투자 상품 수십 개를 상환하지 못했다. 중룽의 대주주인 중즈 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부채 구조조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헝다처럼 통제 가능할까

위기의 불길이 번지며 ‘중국판 리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도 있지만 금융 시스템 위기까지는 치닫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앞서 헝다 그룹이 남긴 궤적이 있기 때문이다.

헝다는 2021년 12월 처음으로 227억 달러(약 30조4000억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했다. 이후 다른 부동산 기업들의 디폴트가 잇따르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다만 헝다는 진행 중이던 공사를 마무리하고 협력업체와 채권자들에게 부채를 상환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지난 3월에는 역외 채무에 대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헝다가 디폴트 이후 처리 방향을 가닥 잡으면서 중국의 금융시스템 위기로는 번지지 않았다. 현재 헝다의 부채는 330억 달러(약 442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구이위안 사태도 중국 당국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 부동산 위기 발생 배경도 당국의 개입 때문이었다.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을 잡고자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체들의 과도한 차입을 단속하기 시작하면서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중국 경기 회복의 열쇠는 수요”라며 “결국 중국 당국의 정책 의지에 따라 산업 전망이 결정되는데 금융 시스템 위험으로 전이될 수준의 유동성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부동산 부실 규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스템 위험을 거론할 시점은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금융시장은 해외 개방 폭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금융기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장악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부실 규모가) 중국 은행대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中 투자 심리 약화는 불가피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가장 큰 차이는 디폴트 위기 당시 경제적 배경이다. 지금은 중국 경제의 체력이 그때보다 좋지 않다. 아직 헝다 사태는 현재진행형으로 시장이 입은 피해도 누적된 상태다.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도 부동산 거래 침체가 장기화됐다는 점도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이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로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드러났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다는 것은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중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계속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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